이야기- 창녕인물비사(4) / 마진전에서 아들과 함께 순절한 합천가장 손인갑

이야기 - 창녕인물비사(4) / 

마진전에서 아들과 함께 순절한 합천가장 손인갑

 

 

창녕 개복면(대합)에 살던 첨절제사 합천가장 손인갑孫仁甲(1544~1592)은 합천의병군의 중군장으로 왜적과 싸우다가 아들 급제 손약허孫若許와 함께 마진馬津(유어면 마수원 나루)전에서 순절한 장수이나 잘 알려지지 않았다.

 

후지당後知堂 손인갑 장군은 밀양 태생으로 부산 가덕진첨절제사를 지내고, 1577년(선조 10년) 관직에서 물러나 1579년(36세)에 창녕 개복리로 의갑, 예갑 동생들과 함께 이거 하였다. 그는 정사 휘악정을 짓고 글을 읽으며 창녕, 현풍 선비들과 교유하며 마을 앞 용호에서 낚시를 하며 지냈지만 28세에 무과에 올라 훈련원첨정, 가덕진첨절제사 등을 지낸 무관이었다.

밀양으로 영산으로 왜적을 피해 다니던 경상감사 김수가 영산에서 초계로 향하면서 개복을 지날 때 손인갑과 만났다. 이때 손 첨절제사는 김수를 따라가지 않고 창의할 것을 결의하고서 아들과 함께 낙동강을 건너가서 장령 정인홍의 의병군에 참여 중군장을 맡게 되었다.

곽재우 의병장을 도적으로 모함한 합천군수 전현룡이 왜적을 맞아 도주했었는데 손인갑도 곽 장군을 모함한 일에 분노해 전현룡을 죽이려 했다. 경상도순찰사 김성일이 그를 합천가장(임시 군수)에 명하였는데 정인홍과 김성일이 그가 의병군 선봉장으로 지휘 능력을 알아 본 때문이었다.

그가 용맹한 장수며 합천의병군의 실질적인 지휘관임이 6월 초순에 벌어진 고령 무계전투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300여 명의 의병을 이끌고 나서면서 먼저 정예병 50여 명을 선두로 왜적 군영을 기습하여 적 100여 명을 참살하였다. 그리고 밤마리나루에서 아래쪽 삼학나루, 더 아래 우러리나루까지 30여 리 초계지역 강변을 오르내리며 강을 넘어오려는 적을 상대해 싸웠다.

6월 하순경 곽재우 의병장의 연락으로 왜선 18척이 낙동강 상류로 올라오고 있음을 알자 창녕 우산나리 건너 초계 밤말(율지)나루에서 왜선을 격파하려고 하였다. 곽재우와 신초 의병군과 합세하여 강 양쪽에서 공격했으나 왜선 1척만 격침되었을 뿐 상류로 올라가고 말았다. 며칠 후 대구 관문인 사문진(화원나루)에서 한양 궁궐과 각처에서 약탈한 보화들을 실은 왜선 12척이 김해를 향해 출발했다는 소식에 손인갑은 군사를 이끌고 막으려 했다.

삼학나루에서 불화살을 쏘고 갈고리를 던져 왜선을 여러 적 침몰시켰다. 남은 왜선이 계속 떠내려가기에 하류로 손인갑과 아들이 합천, 초계 군사들과 강변으로 따라내러 가면서 공격을 퍼부었다.

왜선이 딱 한 척 남았을 때는 창녕 유어면 마수진(마수원나루) 앞이었다. 손인갑은 넓은 백사장으로 말을 달리다가 모래밭 물웅덩이에 빠졌는데 왜적의 조총 철환이 날아오자 피하지 못하고 가슴에 명중하고 말았다. 이어 아들 손약허가 모래 수렁에 빠진 아버지가 피하지 못하고 쓰러지자 교수 노개방과 함께 돌격하여 왜선을 기어코 침몰시켰으나 그도 순절하고 말았다. 함께 싸운 의병들이 부자의 죽음에 크게 슬퍼하며 땅을 치며 통곡하였다.

부자가 전몰한 때는 6월 22일이었다.

후에 손인갑은 선무원종공신 1등에 자헌대부 병조판서, 아들 손약허도 병조참의에 각각 추증되었으며 밀양 충효사에 제향되었다.

묘소는 대합면 장기리 개복에 있으며 신도비가 건립되고 광해 원년(1609년)에 정려되어 부자의 충절을 기리는 쌍절각이 세워졌다. <충신증병조판서 밀양손인갑지려>라 새겨진 비가 선 쌍절각은 처음에는 의령 봉수면 신현에 세워졌다가 후에 의령 지정 성산리 기강나루로 옮겨졌다. 그곳은 의병장 망우당 곽재우 장군의 충절을 기리는 보덕각 옆이다.

 

<동국삼강행실도> 효자편에 손약허 순절 이야기가 그림과 함께 나온다.

급제 손약허는 창녕현 사람이다. 임진왜란에 그 아비를 위하여 원수 갚으려 상복을 입고 왜적을 치더니 오히려 왜적에게 사로잡힌 바 되어 핍박하며 항복하라 했으나 약허가 왜적을 꾸짖고 굴하지 않더니 죽었다. 광해군 때 정문을 내렸다.

   [朝鮮 若許復讐] “손약허가 원수를 갚다.

 

__ <창녕신문> 2025년 4월 22일 연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