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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얘기

[스크랩] 우리 동네 느티나무의 최후

by 남전 南田 2013. 9. 2.

 

 

우리 동네에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여러 해 전부터 그 느티나무 그늘은 동리 노인들의 쉼터로 애용되었다.

노인네들은 아침 저녁 여기 나와서 놀았다. 그들은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도 나눠 마시고 이야기 꽃도 피우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자랑스러울 것도 보잘 것도 없는 지난 날의 일들을 추억삼아 들려주거나 세태를 비판하는 얘기들을 주고 받으며 하루해를 넘기곤 했었다.

 

그런데 올 봄에 나무 둥치의 껍질이 갈라지는 이상현상이 발견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나무껍질의 틈은 점점 벌어져서 여름이 되니까 말라 들뜨기 시작했다. 마른 껍질을 손으로 두드리면 퉁퉁 빈통 소리가 났다. 나무가 올해 못넘기고 말라 죽으리라 누군가 걱정했고 어떤이는 그래도 한쪽은 성하니까 살아 남으리라 장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무의 생육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잎들이 자라지 않고 가지도 쭉쭉 벝어나지 않았다. 한쪽 가지는 아예 새 잎이 나는가 싶더니 시들시들 말라 낙엽이 지기 시작했다.  새 잎이나 새가지가 자랄 시기임에도 나무는 새 가지나 잎을 더 달지 못했다.

 

지난 겨울 너무 추워서, 뿌리쪽에 배수가 나빠서, 어떤 모진 놈이 소금을 뿌려서…… 등등 사람들은 여러가지 원인을 말하곤 했다. 소문이 널리 났던지 나중에는 동네 유지들이나 시청이나 구청 공무원, 시의원 도의원 높은 사람들 까지 와서 나름대로 진단하고 처방을 말했지만 별 뾰죽한 수가 없었든지 세월만 갔다.. 

얼마후에는 나무를 살릴 방안을 강구하는지 어떤지 소식조차 뚝 끊겼다.

 

올 여름 폭염에 가뭄이 유난히 심했다.

느티나무는 폭염에 견디지 못했다. 제일 위쪽 가지의 부터 드디어 잎이 마르기 시작하더니 하나 둘 잎이 떨어졌다. 드디어 폭염이 극에 달하던 8월 중순, 가을도 아닌데 우수수 낙엽이 지기 시작했다. 맨 위 가지부터 뻘겋게 마르는 현상이 뚜렸해지더니 나중에는 마지막 남은 아랫가지의 잎조차 빨갛게 말라 떨어졌다.

 

지난 월요일 ,

그 자리가 텅비어 버렸다. 살릴 방도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어땟는지 구청 직원들이 나와서 나무를  둥치채 잘라버린 것이다.

느티나무의 최후가 씁쓸하기만 하다.

그 그늘아래에서 놀던 노인네들은 나무가 베어지고 차에 실려 사라지기 까지 묵묵히 그 최후를 바라보았다.

죽은 사람 배웅하 듯 다들 허망한 표정들이었다.

 

 

 

.

 

 

2013. 8. 15 이때는 아랫가지는 푸른색이었다.

아랫가지도 마르고 말았다.(2013. 8. 26 아ㅊ침)

 

느티나무가 베어지고 텅 비어버린 쉼터. 의자들만 을씨년스럽게 남았다. 

 

 

 

출처 : 농암과 지당 글마당
글쓴이 : 지당之堂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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