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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시와 동시

내가 읽은 이원수 / <초록 언덕을 가는 전차>

by 남전 南田 2015. 9. 10.

이원수문학관에서 내는 <꽃대궐>(제131호, 2015. 09. 01)"내가 읽은 이원수" 란에

이번 달에는 김현우가 집필한 이원수 선생이 1959년에 발표한

동화 <초록 언덕을 가는 전차>에 대한 글

<형제사랑과 동무사랑>이 게재되었다.

 

 

 

글이 실린 <꽃대궐> 제131호

 

 

 

- 내가 읽은 이원수

형제사랑과 동무사랑

- 이원수의 <초록 언덕을 가는 전차>

김현우

1996년 “문학의 해”를 기념하여 경남문인협회에서는 『경남문학대표선집』(전6권)을 발간한 바 있다. 그 중 제4권은 아동문학편으로 경남출신의 작고, 출향, 회원 아동문학가들의 대표작을 일목요연하게 모아 놓았다. 이원수 선생 대표작으로는 동시 “빨래”를 비롯해 6편과 동화 “초록 언덕을 가는 전차”가 이 책에 실렸다.

이원수 선생의 동화 <초록 언덕을 가는 전차>는 1959년 <새싹>지에 실린 작품으로 다시 읽어봐도 선생의 대표작으로 뽑은 이유가 충분히 있다는 소감이다.

이 동화는 첫머리에 동시 “어느 봄날의 노래” 한편을 올리면서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함축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 초록 언덕 위로 전차가 간다. / 우리 오빠 같은 애 타지 않았니?

언덕 아래 자운영 꽃도 폈겠지.

바람아, 불어라. / 나는 보리밭에서 / 풀피리 불어 주련다.

“오빠-” 하고 크게 한 번 불러 주련다.

위 동시를 읽으면 <초록 언덕을 가는 전차>의 무대와 등장인물이 한꺼번에 그려진다. 동화의 무대는 전차가 오고가는 도심의 번화가가 아닌 시외로 푸른 보리밭이 사방에 깔린 초록 언덕이 있는 마을이다. 언덕 위로 전차가 가고 언덕 아래에는 자운영이 깔린 논이 펼쳐져 있는 농촌 풍경을 금방 떠 올릴 수 있다.

등장인물도 쉽게 알 수 있다. 전차를 타고 가는 오빠와 그 오빠를 그리워하는 동생(-나)이 있다. 이유야 잘 모르겠지만 집을 떠나 있는 오빠가 있고, 그 오빠를 보고 싶어 하는 동생은 오빠에게 풀피리 불어주고 싶고 “오빠!” 하고 불러 보고 싶어 한다.

첫머리의 동시를 읽으면서 궁금증을 자아냈고 본문 몇 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오빠를 크게 불러 보고 싶어 하는 주인공 순희는 6학년으로 정순이와 단짝이다. 정순이를 집에 데려와 놀면서 순희는 중학교 다니는 오빠의 하모니카를 꺼내 불고 가지고 놀게 되었다. 하모니카를 둘이서 재미있게 불고 노는데 오빠가 돌아왔고 정순이란 친구 앞에서 오빠는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 동무 앞에서 야단을 맞으니 부끄럽고 미안해서 순희도 오빠에게 날카로운 소리로 대꾸를 하게 된다. 또 정순이가 다리를 저는 것을 보고는 오빠는 그것도 빈정거려 참을 수 없이 화가 난 순희는 오빠와 대판 싸움을 벌인다.

결국 이기지도 못하고 대문으로 달아나는데 오빠가 모래를 한 줌 뿌렸고 순희 눈에 모래가 들어가 버렸다.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쉽게 나아지지지 않아 며칠간 결석을 하게 된다. 두 눈을 안대를 가리고 소경처럼 돼 버린 순희가 걱정되어 정순은 병문안을 간다. 정순은 동생의 눈을 다치게 한 오빠가 얄미워 여러 말로 순희를 위로한다. 그런데 순희는 오빠를 하나도 원망하지 않고 도리어 오빠 걱정만 해서 정순은,

“너의 오빠는 혼 좀 나야 할 거야!” 하고 강조를 하게 된다. 그러나 외삼촌댁으로 붙잡혀 가서 당분간 집에 올수 없게 벌을 받고 있는 오빠를 순희는 조금도 원망하지 않는다. 오빠가 학교에 다니면서 전차를 타고 집 뒤를 지나서 외삼촌 집으로 다녔다. 오히려 오빠 걱정에 정순이가 뭐라 하건 순희는 걱정이 앞선다.

둘은 오빠가 타고 지나갈 전차를 초록 언덕위에 올라가 기다린다. 전차가 오후 다섯 시에 우렁우렁 소리를 내며 지나 갈 때 창밖으로 오빠가 내다보고 있자 순희는 목소리를 다해 “오빠아-” 하고 부른다.

형제간의 끊을 수 없는 사랑과 동무와의 사랑과 갈등을 절묘하게 엮어 전개해 나가는 이 동화는 감동적이며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마음을 사로잡을 작품이란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