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장편실록소설 <천강홍의장군> 국제신문에 보도된 자료를 정리합니다.
- 창녕군지·인물록 편찬위원 활동
- 향토사 자료 수집하며 작품 구상
- 왜군과 전투 박진감 넘치게 전개
- 창녕·함안·의령 유적지 순례
- 그날의 승리 함성 들리는 듯
- 망우정서 일세의 영웅 떠올려
임진왜란의 역사를 배울 때 백성을 버리고 도망간 임금이 한심했고, 왜군을 피해 달아나는 관군들이 답답했다. 수 백 년 전의 역사인데도 분이 치밀었다. 의병의 활약이 있었다는 구절에서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의병에 대해 자세히 배우지는 못했다. 괜히 ‘백성들의 그 순수하고 뜨거운 마음이 정사의 기록에 제대로 남아있기는 할까’라는 생각도 했다. 잔뜩 외워야 할 왕조의 역사 속에서 휙 지나가버린 의병 활동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필자의 기억에는 ‘의병장 곽재우’라는 이름만 남아 있었다. 김현우 작가의 장편실록소설 ‘천강홍의장군 곽재우’를 읽으면서 비로소 백척간두에 선 나라의 운명 앞에서 분연히 일어선 사람들,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과 그 땅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순박한 백성들을 지키고자 모여든 사람들을 만났다. 그 앞에 곽재우 장군이 있었다. 김현우 작가는 곽재우의 생애를 소설로 다시 살려냈다. 김현우 작가를 만나 경남 창녕과 함안, 의령에 있는 곽재우 장군 유적지 몇 곳을 돌아보았다.
김현우 소설가가 경남 창녕 도천면에 있는 망우정에 앉았다. 망우정은 임진왜란 의병장 곽재우 장군이 만년에 머문 곳이다. |
■향토사 편찬 중에 만난 곽재우 장군
김현우 작가는 창녕 출신으로 1964년에 월간 ‘학원’ 작품공모에 장편소설 ‘하늘에 기를 올려라’로 등단했다. 소설집 ‘욱개명물전’ ‘먼 산 아지랑이’ ‘완벽한 실종’ ‘그늘의 종언’, 장편소설 ‘하늘에 기를 올려라’ ‘천강홍의장군 곽재우’, 동화집 ‘산메아리’ ‘도깨비동물원’ 등을 냈다. 경남문학상과 황우문학상을 비롯해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고, 경남소설가협회·경남아동문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곽재우 장군 유적을 돌아보는 일정이 은근히 걱정됐는데, 경남문인협회 회장 이달균 시인이 동행해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 이달균 시인의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문단 선후배인 두 사람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들판과 산, 강변은 여름에서 가을로 달려가고 있었다. 넉넉하고 조용한 그 풍경을 배경으로 소설에 관한 이야기가 끝도 없이 흘렀다. 창녕을 지나나 싶으면 함안이고, 함안인가 싶으면 의령이었다. 그걸 따지는 건 부질없었다. 낙동강과 주변의 산, 그 지형을 활용해 곽재우 장군이 승리를 거듭한 역사를 더듬어 가는 길이었다.
함안군 대산면 장암리 용화산에 합강정이라는 조선시대의 누정이 있다. 그 아래 강변 기슭에서 남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장관이 보았다. 김현우 작가는 기강, 거름강으로도 불리는 합류지점을 내려다보며 곽재우의 첫 전투지이며 첫 전승지라고 설명했다. 소설에서 가슴 졸이며 읽었던 장면이 실제로 펼쳐진 장소를 멀리서만 볼 수는 없었다. 의령 기강전적지도 찾아갔다. 안내판 너머 모래톱을 감싸며 강물이 유유히 흘러갔다. 왜군과 싸우는 조선의병, 붉은 철릭을 걸친 곽재우 장군의 모습을 떠올리는데 그들의 함성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김현우 작가에게 곽재우 장군이 찾아온 것은 1970년대 말이었다. “당시에 ‘창녕군지’를 편찬하면서 많은 자료 수집을 했습니다. 그때 1960년대에 6.25때 불타버린 망우정을 재건해달라는 지방 유림의 건의문과 ‘용사별록’을 발견했습니다. 장군의 위대한 업적을 알게 되면서 마음 깊이 흠모했습니다.” 유림들의 상소문은 “해전의 용장으로는 이순신 장군을 꼽는다면 육전의 용장은 바로 천강홍의장군 곽재우”라고 천명하면서 “장군이 만년에 살며 나라를 살릴 계책을 쓴 상소문을 지어 임금께 직언을 올렸던 역사적인 장소인 망우정을 재건해 달라‘는 글이었다. ’용사별록‘은 곽재우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기록하기 위해 외손자 신동망과 신시망이 임진 계사년 두 해의 행적을 서술한 책이다.
■수 십 년 걸쳐 마음서 익어 온 작품
김현우 작가는 ‘창녕군지’ ‘창녕군지명사’ ‘창녕군인물록’ 편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 일을 할 때 직접 현장을 찾아다녔다. 향토사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 틈틈이 소설 구상을 했다. 발품을 팔수록 경남 지역 곳곳에 흩어져 전해져오는 곽재우와 의병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러니 집필기간은 4년이지만, 사실은 수 십 년 동안 작가의 마음속에서 천천히 익어 온 작품이다. 작가는 “곽재우 장군에 관한 기존 소설을 읽어보았는데 현장감이 없는 황당한 이야기이거나 곽재우 개인에게만 집중되어 주변 인물을 소홀히 한 것들이 마음에 걸렸어요,” 그는 ‘용사응모록’ ‘용화산하동범록’ ‘화왕산성 동고록’ ‘망우집’ 등의 사료를 검토했다. 의령군지, 함안군지, 창녕군지, 합천군지에서 임진왜란 관련 인물도 샅샅이 찾아냈다. 그래서 소설에는 그들이 용맹하게 싸우다 장렬하게 순국한 마지막 순간도 담아냈다. 의병 이름 하나하나를 불러주는 김현우 작가의 마음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시큰했던 순간은 소설을 읽는 동안 계속됐다.
지역에 전해오는 사화, 전설, 지명유래를 발굴 수집한 작가의 노력은 작품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지명, 지형, 구체적 전투묘사, 참전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역사적인 사실은 작가의 상상력과 유려한 언술을 만나 박진감 넘치게 전개된다. 재미있다. 소설 곳곳의 옛 지명도 귀하다.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향토사 편찬에 관여해 온 김현우 작가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소설이다.
마지막으로 경상남도 창녕군 도천면 우강리의 망우정을 찾았다. 망우정은 ‘근심을 잊고 살겠다’는 뜻이다. 망우당(忘憂堂)이라는 곽재우의 호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곽재우는 관직에 미련을 두지 않았는데 이는 이순신 장군의 투옥과, 절친했던 의병장 김덕령의 무고한 옥사 때문이었다 한다. 백성을 내버리고 도망간 임금과 전공이 없었던 신하들은 목숨 걸고 왜군과 싸운 이들을 오히려 시기했다. 곽재우는 낙동강과 강변 모래사장이 내려다보이는 야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망우정에서 만년을 보냈다. 망우정 마루 끝에 걸터앉는 김현우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낙동강을 내려다보는 일세의 영웅을 떠올려보았다. 기강전적지에서 배를 타고 망우정까지 오는 의병체험이 있으면 어떨까. 망우정을 올려다보며 곽재우 장군에게 들리도록 마음껏 외치고 싶다, “우리가 이겼다!”
책 칼럼니스트 박현주 기자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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