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방초 故 강홍운 시인의 詩碑 - 낙동강(洛東江)
소재지 : 경남 창녕군 남지읍 남지리 남지체육공원 동편
- 돌아가지 못한 [路傍草]의 望鄕시인 -
김현우 [ 소설가, 경남문학관 사무국장 ]
월림(月林) 강홍운 선생님은 창녕문학의 밑바탕이셨다. 썩어 흔적없이 사라진 나무를
키우는 밑거름과도 같았다. 아무런 말씀도 없이 선생님께서 와 계시기만 해도 그 자리
는 활기기 넘치고 문학을 얘기하는 즐거운 사람들로 가득차곤 했다.
선생님은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5월 어느 날, 봉두난발(蓬頭亂髮)이 아니라
삭발이나 다름없는 짧은 머리, 고무신에 낡은 작업복,육척 장신 비쩍 마르고 볕에 그을
린 “반흑인” 같은 모습으로 남지에 나타났다. 그때 면 소재지 일대는 집들이 삼분지
일 정도는 전화(戰火)에 불타고 파괴되어 페허화 되어 마을 앞 강물도 흐르지 않고 멈
추어 선 듯하였지만, 키 큰 포플러(미루나무)만 연초록 새 잎을 달고 한 가닥 희망을
팔랑거리고 있는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풍경뿐이었다.
“누가 날 선생으로 보겠어? 첫 출근을 하니까 수상한 사람이라고 교문에 섰던 규율부
학생이 붙들 지경이었지. 허 허 허.“
하고 남지고등학교에 첫 출근하던 날의 일들을 얘기하곤 하셨다. 그날 이후 선생님은
제2시집 [노방초 후집] 첫머리에 불쑥 나타나는 글귀, “隻身千里客 片心萬里鄕”
바로 그런 분이셨다. 봄이면 황사처럼 모랫바람이는 낙동강 강마을 남지에 선생님이
고단한 몸을 안착시켰을 때까지 창녕의 문학이란 별로 자랑할 것이 없는 시대이기도
하였다. 그때부터 선생님은 망향의 꿈에 가슴을 졸이며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눈을 감으면 고향이 있다.
한사코 가야 할 고향이 있다.
짐긋 떠나버린 양해도
마음은 한양 그곳에 살고
길은 막혀도 하늘은 높아
구름만 떠서 가고 있는 곳
날개 없어 지척에 두고
마음만 시들어 천리에 사나
꿈도 생시도 한 가진데
꿈에는 가고 깨면 오고
사람도 짐승도 간 곳 없이
山川만 푸르를 고향이 있다.
-[ 고향은 있다.] 전문
선생님은 일찍이 시를 발표하신 원로시인이셨다.
- 이하 중략
이 碑가 완성이 되어 제막식을 하는 몇 날 앞쯤에 내가 술에 많이 취해 인사불성이 되
어 도저히 제막식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아서 붉은 장미꽃 한 다발 마련하여 비 앞에
미리 갖다 두고 소주 한 병 선생님께 올리고 나서 돌아서니 취한 눈에도 눈물이 고여
나왔었다. 선생님은 어쨋거나 시대를 풍미한 한사람의 남지인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 입
니다. 이 詩碑에 올라있는 詩 [낙동강]의 전문은 이러하다.
洛 東 江
康 鴻 運
아침엔
안개 감돌아 오르고
저녁엔
노을이 피어 잦아 지는 곳
천만년 흐르는
푸른 물줄기
億萬怯 우뚝 솟은
저 절벽
이 언덕
저 들에서
아버지도 살으셨고
할아버지도 살으셨다
내 서 있는 곳
흙냄새 그윽하고
빰을 스치는 바람
이다지도 화사한고
산이여
들이여
내 이 땅에서 살고 지고
우리 다 함께
여기서 살고 지고
2004.11/14 後學 여남 박상선 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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