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김현우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만 그대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대를 밤이고 낮이고 생각하지만 그대는 나를 눈곱만치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대를 연모(戀慕)하건만 그대의 어느 구석에도 내가 없다.
나는 그대를 위해 열정을 바치고 그대를 위해 길을 걷고 그대를 위해 시간을 소비하며 기다리건만 그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코웃음을 친다. “내가 언제 그렇게 하라고 했어?”
나는 그대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져 무조건 엎어지고 자빠지고 깜빡 기절하며 황홀해하지만 그대는 나를 무덤덤하게 바라보거나 아니면 요리조리 뜯어보고 돌려보고 재보고 비웃다가 옴 붙었다는 표정으로 외면해 버린다.
그래서 짝사랑은 슬프다. 비극적이다. 아니 코미디다.
꼭지 덜떨어진 자가 흔히 겪는 일이라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 재미가 없다.
요즘에도, 스마트폰으로 손가락 두어 개로 까딱까딱 놀리면 내 의사전달이 되는 대명천지 세상에 그런 일이 있냐고 반문 할지 모르지만 여전히 짝사랑은 존재한다. 문자메세지, 트위터란 단문(短文)만 존재하는 문명사회에 구구절절 애타는 구애의 연애편지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구질구질한 긴 연애편지를 누가 읽고 있단 말인가. 그냥 한 두어마디 똑똑 뚜드리거나 아니면 짧디 짧은 구호성 발언으로 의사소통이 된다고 믿는 세상에. 참 단순의 극치라 할만치 초면에 “좋나?” “좋아!” 당장 만나 의기투합되어 레스토랑에 둘이 가서 100만원어치 밥 먹고 사기 당하는 판에, 아니 술 처먹고 호텔가는 판에 사랑고백이라니. 더더구나 짝사랑이라니.
지금 세상이 얼마나 변했다고.... 아직도 짝사랑하는 놈이 있냐고 반문해 올 것이다. 아직도 질질 짜는 놈이 있냐고..... 아니 예스? 노? 단판에 결판을 낼 일이지!
그러나 나는 요즘 짝사랑에 빠져 행복하다.
어쩌면 허망하고 어쩌면 무모하고 어쩌면 스토커란 소릴 들을만하다.
나는 고향을 사랑한다. 아니 고향 사람을 사랑한다. 아니 고향 사람 중 글 쓰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쫓아다닌다. 시 한 줄 발표했다면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 미처 가늠하지도 못하고 덤벼든다. 반갑다고. 물론 평론가도 아니니 글 쓰는 고향사람의 실력을 평할 능력도 없다. 무조건 반가워 명작을 남겼거나 말거나 자랑스러운 문인으로 높이 받들어 모신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동향의 문인이란 그 자체만으로 쏠려든다.
나이가 적다고 할 수 없을만한 나이를 먹었음에도 나는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게 취미일 수도 있고 도전일 수도 즐거움일 수도 있다.
나의 속삭임에 작은 메아리가 있으면 반갑다.
응당 회답이라도 있으리라 기대한다는 것은 사치다.
구차하게 만드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기대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대와 어울리기를 원하나 그대는 나를 받아드리지 않는다. 나는 그대를 눈부시게 바라보지만 그대는 항상 나에게는 싸늘한 시선뿐이다.
그래서 나는 기다린다. 그저 짝사랑이 ‘짝’을 찾아 떨어져 나가기만을.
기다림이 있기에 행복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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