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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

나의 스승 강홍운 시인 / 김현우

by 남전 南田 2012. 3. 8.

 

나의 스승 강홍운 시인

김현우

 

시인 강홍운 스승님을 만난 것은 내가 고등학교를 입학했던 1956년이었다.

그 당시 학기가 시작되었어도 주문한 교과서가 도착하지 않아 한동안은 빈손으로 선생님도 우리도 수업이랄 수 없는 과목과 상관없는 한담이나 자습으로 시간을 때우곤 했었다.

그때 국어를 담당했던 강홍운 선생님께서 얇은 책 한 권을 들고 들어와서 가르친 것이 바로 문학개론이었다. 생전 처음 듣는 문학 강론에 나는 그만 흠뻑 빠져들었다. 시가 뭔지 소설이 뭔지 몰랐던 나에게 명쾌한 지침이 될 가르침이었다. 너무나 기초적이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문학 작품을 읽는 법, 감상하는 법, 쓰는 법 강론에 나의 우매함에 한 줄기 밝은 빛으로 깨우침을 주면서 문학에의 길을 걷게하는 꿈을 나에게 주신 것이었다.

스승님은 고향이 원산으로 6·〮25때 월남해 가난하고 험난한 길을 걸어 겨우 경상도 남단에서 신산(辛酸)한 삶을 살고 계셨다. 내가 태어난 1939년에 스승님은 이미 <초원>이란 동인지에 시를 발표하였고 1941년에 시집 『노방초』를 내신 훌륭한 시인이셨다.

시집『노방초』를 고려대학교 도서관에서 어렵게 찾았다고 무척 기뻐하시며 1973년 신·구작을 합쳐 『노방초후집』 을 발간하였던 일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스승님께 받은 문학수업은 가혹하리만치 냉정하고 엄했다. 습작 시를 몇 편 가져가면 처음부터 몽당연필로 한 줄 한 줄씩 쭉쭉 지워가면서 잘·잘못을 지적하며 가르쳐주셨다.

나는 요즘에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그 시절 스승님께 야단맞던 걸 떠올린다. 스승님은 여전히 내게 두렵고 어려운 분으로 계신다. 스승님은 나에게 시를 가르쳤건만 시는 못 쓰고 잡문만 쓰고 있으니.....

몇 해 전 돌아가시고 나서 많은 제자들과 함께 스승님의 시비도 세우고 작품을 다 모은 전집을 발간하기도 했지만 스승님의 은혜를 다 갚지 못하고 있다는 마음뿐이다.

 

<부탁말씀>

문학관에 강홍운 선생님의 작품집 <강홍운 문학전집>이 있으니 함께 전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경남문학관에서 2012년 상반기에 갖는 기획전시 <나의 문학의 맨토> 자료로 내는 원고입니다.

경남문학관에서는 <나의 문학의 스승, 작품, 또는 책> 등의 주제로경남출신 문인들이 작성한 원고나 자료를 모아 4월 7일부터 한달간 전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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