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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각 시집 <붉은 소벌>

by 남전 南田 2010.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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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문인협회장으로 2009년까지 일곱 번째로 <우포생태문학제>를 개최해 오고있는 성기각 시인의 시집 <붉은 소벌>(신생시선 ·22)은 진작 출판돼 나에게 왔고 읽은 지도 오래 되었다.

 

앞서 남기태 시집 <감꽃> 소개를 하면서 밝혔듯 성 시인의 시집을 읽은 소감 한 마디쯤 하고 넘어가야 서운하지 않을 듯 하여 다시금 펼쳐보기를 했다.

 

성 시인이 굳이 시집 이름을 <붉은 우포늪>이라 하지 않고 <소벌>이란 향토색 짙은 땅이름으로 삼았는지 머리말 <자서(自序)>에서 밝히고 있어 긴말을 못하겠지만 우포란 한자지명보다 순수 우리말 땅이름인 '소벌'로 불리어야 한다는데 동감하는 바이다. 성 시인은 “우리가 진작부터 불러왔던 그대로 ·······소벌·····나무갯벌····모래늪, 쪽지벌, 황새늪. 그 예쁜 이름을 되돌려주고자 내 여기에 몰음을 썼다.”고 했다.

 

성 시인의 시는 온통 향토색 짙고 일해서 손이 험한 이웃 사람이거나 좁은 촌길 가며 오며 언제나 만나는 꽃, 나무, 곤충, 식물, 고기, 향기까지 담고 있다.

 

발문을 역시 창녕 출신 문학평론가인 황선열이 썼는데 <농촌의 서정과 현실>을 읽으면 성 시인의 시가 얼마나 농촌의 현실에 밀착되어 지역성이 크게 드러나 있나를 해설하고 있어 이해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자서에 이어 시는 3부로 나누어 제1부 ‘꽃샘추위’ 등 27편,

제2부 ‘소벌 가시연’ 등 28편,

제3부 ‘오목눈이’ 등 30편이 실렸다.

 

* 2009년 3월 30일 발행, 149면

* 펴낸곳 : 도서출판 신생, 값 7,000원

 

소벌에는 미루나무가 많다. 하늘을 향해 두 팔 쫙 뻗고 선 것이 어제 오늘이 아니라 오래 전 고향 친구 같다. 성 시인의 <미루나무>나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이 겨울에 큰소리 내어 읽어본다. 내 어릴 적에는 이걸 미루나무라 하지 않고 버드나무라 불렀다. 갯가에서 크는 버들은 샛버들, 고리버들, 수양버들 등으로 부르고. 

 

 새벽, 소벌의 버드나무들(1)

미루나무

 

미루나무 몇 그루 너른 소벌 감당한다

늪가에서는

흥청망청 자라는 까닭 알겠다

잎이란 잎은 모조리 떨어버리고

가랑이 얼얼한 겨울

늠름한 대백로(大白鷺) 발톱 세우는 칼바람

촐싹대는 쇠물닭 청승도 받아들이고

때론 속곳 벗어 날리는 찔레꽃 향기

봄부터 여름까지 비린내 받아

여우비조차 내리지 않는다 해도

무슨 대수랴

가다가다 부레옥잠 꽃대 올리게 하고

하다못해 욕망 끝에 울어재끼는

물닭 부리까지 누렇게 할 따름

선풍도골(仙風道骨) 소벌 미루나무

꺼병이 자라면 꿩꿩 늪을 울리게 하고.

 

 

(시인소개)

성기각 :

경남 창녕 출생,

1987년 「소설문학」시 신인상 당선 등단, 1988년「문학과 비평」 시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 <통일벼>, <일반벼>, <쌀밥 보리밥>, 시론집 <한국 농민시와 현실인식> 등.

경남대학교교수,

경남작가회의 회원, 창녕문협 회장 등

 

 

 

사진: 소벌의 버드나무들(사진작가 서정애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