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편은 작은문학(2009. 겨울호, 40호)에 실린 졸작이다.
유월, 요즘 길을 나서면 길가에 하얗게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 그거 무슨 꽃일까?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그 둥근 원안 나무들 사이에 하얀 꽃밭을 이루고 있는 그 꽃들은 잡초 중 잡초다. 그것도 외국산, 미국 구호물자 밀에 딸려 들어와 한국 강산을 점령한 꽃이 아니라 잡초다. 논두렁 밭두렁 길가나 공터 정도이었으면 손용수 영감은 별 소리를 않겠는데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묘소가 있는 선산 골짜기까지 그 놈의 외래 잡초가 기승을 부리며 산소 일대를 점령하고 말았다. 뽑고 또 뽑아도 이듬해면 여전하니 진절머리가 나고 뽑기도 귀찮아 신경질이 났다. 작년 지리산에 놀러 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망초꽃이 예쁘다고 호들갑 떨던 정다해가 생각났다.
“저 놈의 것을 꽃이라면서 ‘아이고 고속도로에 저런 예쁜 꽃밭이 있네’하는 정신 빠진 여편네들이 있단 말이다. 저 망할 놈의 망초가 선산을 다 버릴 판인데! 작년에도 6월인가 7월인가 와서 한참을 뽑았는데 올해도 여전하네! 너희들 할배 할매 뫼에도 온통 망초로구나.”
“숙부님! 저걸 그냥 망초라 안 부르고요, 개망초라 합니다. 개떡 개암 같은 그런 뜻이겠지요. 요즘 보면 봄부터 가을까지 사시사철 핍디다.”
“개망초고 망초고 간에 어서 어서 벌초하자. 이 망초라는 거 말이다. 일일이 뿌리까지 뽑아야 잔디가 산다. 우리가 핏끼라 부르는 띠는 잔디보다 키도 크고 허옇게 피끼가 피어나면 늙은이 머리처럼 꼴 보기 싫지만은 예전부터 무덤가에 띠는 잔디와 함께 컸지.”
“아이고! 그래도 저 띠인지 피끼인지도 너무 성해서 보기 안 좋네요.”
“그래도 저 것은 우리 어릴 적에 뭐 먹을 게 귀할 적에 간식꺼리였다. 하얗게 피기 전에 쏙쏙 뽑아서 먹으면 달달하고 맛이 있었지. 저게 감꽃 피고 보리누름에 올라오는데 그때가 보릿고개였거든. 찔레순도 꺾어 먹고 감꽃도 먹고 저 피끼도 먹었지. 우짜든지 최근 부쩍 성해진 저 놈으 망초는 딱 보기가 싫다.”
손용수는 망초라는 풀이름이 떠오를 때마다 망령이 들어 고생을 하시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이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하필 망초와 망령이 똑 같이 ‘망’짜로 시작한단 말인가? 어머니는 여든 둘에 돌아가셨는데 2, 3년을 노망이 들어 온전한 정신이 없으셨다. 날마다 그를 보고,
“용수야, 저 년이 누고? 저 년이 밥도 안주고 배를 골린데이. 용수야, 니가 밥 좀 퍼 온나. 아이고! 배고파라.”
하고 어머니는 항상 배고프다고 칭얼대며 며느리를 욕했다. 어떨 적에는 며느리도 손자도 못 알아봤다. 식구들이 잠깐 먼눈을 팠다하면 옷을 버렸다. 며느리는 똥 묻은 옷을 노상 빨아야 했다. 그러면서도 시어머니로부터 욕을 얻어먹었다. 노망이라 치부하기에는 식구들의 고통은 너무 컸다. 손용수는 어제 일인 듯 생생한 기억에 잠시 망초를 뽑다말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이십 몇 년이 되었고 이제 그도 일흔이니 이제 그도 걱정이 슬슬 되었다. 혹시 그 자신도 어머니처럼 치매에 걸리지나 않을까? 망령이 나면 어쩌나? 어느 날 아들 며느리를 못 알아보고 금방 밥 먹은 것까지 잊어버리면 어쩌나? 하고.
예전에는 추석 전 음력 7월에 한 번만 벌초를 하면 되었는데 요즘은 한 번으로는 어림없었다. 예전에는 소나 염소를 산에 몰고 와 풀을 뜯어 먹게 했기 때문에 소도 사람도 잔디밭을 밟아 잡초도 없었고 잔디도 짧게 자라 벌초하기에도 쉽고 무덤도 일 년 내내 보기가 좋았다. 그런데 요새는 소도 사람도 잘 다니지 않고 풀도 안 뜯기니 잔디는 잡초에 파묻혀 다 죽어버렸고 남은 건 키가 큰 띠가 아니면 엉겅퀴, 쑥, 쇠무릎, 바랭이, 억새 천지다. 거기가 칡이나 찔레덩굴까지 엉켜서 사람 키만큼 자라 무덤인지 언덕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을 지경이 되어버렸다. 거기다 산돼지가 번성해 뫼를 주둥이로 파헤치기도 했다. 그러므로 반드시 6월 중순이나 하순에 풀을 베어야 했다. 하늘은 예전처럼 파랗지도 않았다. 뿌연 연기, 아니 안개가 끼여 시야가 잔뜩 흐린데 그걸 연무(煙霧)라던가 가스라던가?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의 머릿속 자체도 뿌연 안개처럼 점점 흐려져 오고 있었다. 요즘 계속 머릿속이 띵 하게 울렸다.
“망초가 한자로 뭐라 쓸까? 망할 망(亡), 아니면 잊을 망(忘), 아니면 허망할 망(芒)이거나······.”
손용수의 혼잣소리에 좀 뭘 안다고 평소에 잘 떠벌리던 조카 상기가 예초기를 주물럭거리다가 썩 나서며,
“숙부님, 망초는 그냥 우리말 망초예요. 한자로 안 써요.” 했다.
“아냐! ······ 이놈으 것을 망국초(亡國草)라 했단다. 왜놈들이 우리 조선 왕조를 무너뜨릴 때 쯤 이놈으 것이 철로변에 성했다 하더구먼. 그게 망초가 된 거야. 그러니까 망초는 왜놈들이 들락날락 하면서 묻혀 들여와 퍼트린 거지.”
“정말 그런가요?”
“그 전에는 난 잊을 망 ‘忘草’인줄 알았어. 내가 요즘 건망증이 심해지는지 여간 신경을 쓰지 않으면 뭘 하다가 돌아서면 깜빡 잊어버려. 오늘도 상기 너가 새벽에 전화를 해주지 않았으면 벌초하는 날인줄 모르고 친구들 만나러 나갈 뻔 했어. 요새 친구들과 어울려 고스톱을 치거든. 그게 치매 예방이 된다 해서 말이야. 그런데 그것도 아니야. 하루에 2, 3만원은 들어. 점에 100원짜리인데도 점심 사 먹고 돈 잃고 그러면 그 돈이 날아가는 거야. 네가 알다시피 내가 하루에 그만한 용돈을 쓸 형편이 아니잖니? 상대나 상호가 용돈을 많이 보내주지도 않고·····.”
“아, 상대나 상호더러 용돈 많이 보내라고 땅짱을 놔요. 숙부님이 무슨 걱정이 많아요? 아들 둘이 서울에서 잘 살고 있겠다, 나름대로 용돈도 보내주겠다. 요즘 그런 효자 없습니다?”
또 다른 조카 상완이 핀잔 같은 소리를 했다. 일흔 살의 손용수는 망초를 뽑아 멀리 내던지며 고함을 쳤다. 예초기가 돌아가니 그 소리가 골짜기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가며 귀를 먹먹하게 했다.
“야야! 상호에게 도리어 내가 돈을 보낸다. 방을 또 옮겨야겠다고 해서······. 효자는 무슨 개뿔!”
“그래도 효자입니다. 요새는! 재산 안 넘겨준다고 애비를 죽인 놈이 있는 세상 아닙니까?”
상기가 베어 넘긴 풀들을 상완이 갈퀴로 긁어모으면서 손용수의 편치 않는 심사에 더 기름을 부어서 불을 질렀다. 그는 요즘 마음이 편찮으면 자연히 뒷머리가 저릿저릿 욱신욱신 쑤셔왔다. 그의 친구 하나는 머리가 자꾸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스트레스 때문에 오는 두통이니 가급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즐거운 생각 낙천적인 생활 태도를 가져라.’는 의사 충고와 함께 수면제인가 신경안정제를 처방해 주는데 이건 완전히 우울증 환자 취급을 하더라고 말했다. 손용수도 그게 겁이 나고 걱정이 되었다. 머리가 욱신욱신 쑤시고 어쩌다 말짱했던 기억력이 형편없이 떨어졌다고 느껴질 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건강은 누구보다도 괜찮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는 한평생 방직공장 사원으로 일했다. 누구나 들으면 아는 한일합섬이나 제일모직 같은 큰 방직공장은 아니었지만 지방에서 제법 알아주는 기업체였다. 부지런히 일한 덕으로 이사 같은 간부까지는 승진을 못 했지만 부장으로 지내다 나이가 많아 퇴직을 했었다. 그러므로 길거리에 나가 다녀보면 아는 사람을 흔히 만나곤 했다. 그런데 실수를 하고 당황해 하는 게 요즘의 손용수였다. 버스 정류소나 어시장 같은데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같이 근무했던 동료 같아 불러 세우고 보면 다른 인물이었다.
“아이고! 사람을 잘못 봤네요. 죄송합니다.”
재빠르게 사과하며 용서를 빌고 물러났지만 찜찜한 마음은 하루 종일 갔다. 요즘 부쩍 그런 일이 잦았다. 그 정도이면 다행인데 막상 아는 사람을 딱 만났는데 이름도 성도 생각나지 않고 어느 부서에 근무했던 직원이었는지 기억해 낼 수 없어 더더욱 상대를 민망하게 만들었을 때는 쥐구멍이라도 기어 들어가고픈 심정이었다.
더욱 기가 찬 일을 2년 전에 겪기도 했었다.
2년 전인가? 뭘 사려고 백화점에 들렀을 때였다. 무심하게 상품진열장 사이를 지나고 있었는데, “부장님!”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설마 자기를 부르는 소리이리라고 생각지도 못하고 걷는데 뒤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그의 팔을 잡아챘다. 그 바람에 그의 몸이 휘청했다. 불쾌한 생각이 얼핏 들었다. 휙 돌아서며 ‘아니! 사람 잘못보고 뭐 하는 짓이요?’ 하고 호령을 치려고 했다. 그러나 차마 그 소리를 하지 못하고 반갑다고 활짝 웃고 있는 중년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아이, 부장님! 나 잊어 버렸네?”
언뜻 귀에 익은 목소리에 비로소 손용수는 화들짝 놀랐다.
“어? 이거 누구야?”
그래 놓고도 그는 얼른 그녀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만나긴······분명 아는 여자인데, 아니! 아주 친했던 사원이었는데. 아니, 부하 직원이었지. ‘아아, 누구였더라? 박? 김? 아니, 정······?’ 그는 머리를 급히 회전하며 그의 기억 창고에 저장돼 있는 파일들을 뒤적였다. ‘정, 정이 맞다. 정 뭐시더라? 이름이 생각 안 나네.’ 순간 그는 그만 주저앉고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내 그녀의 정체가 전기 스파크처럼 그의 뇌리에 팍 떠올라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허어! 정다해를 내가 까먹다니!’ 그는 손뼉을 탁 치면서 여자의 손을 반갑게 부여잡았다.
“잊기는 왜 잊어? 왕년의 애인을. 그래, 잘 지내?”
은근한 그의 목소리에 여자는 그때에야 피식 웃었다.
“날 전연 모르는 얼굴이던데요, 뭘. 나는 보고 싶었는데······. 부장님은 하나도 늙지 않았네요. ”
“세월이 몇 년이야? 내가 회사 퇴직한지도 어언 십년이 다 돼 가는데! 그러고 보니 우리가 같이 근무했던 게 이십 년 전쯤 되었나? 그러니 얼굴도 뭐도 다 잊고 사는 거야. 그래, 미스 정, 아니 다해는 어찌 살아? 그때, 다해 결혼식 때 봉투 들고 간 게 어제 같은데 세월이 많이 갔네?”
그가 과장일 때였다. 정다해는 그와 한 부서에 근무했던 아가씨였다. 키가 작고 몸집도 자그마하면서도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예뻐서 회사 안에서 인기가 높았다. 물론 방직공장이라 생산직 여사원이 많았지만 사무직 여사원은 몇 명 되지 않았으므로 그녀의 외모는 단번에 표가 났다. 총각들이 여러 명 데이트 신청을 하고 접근하려 애썼다. 어느 해 겨울이었다. 그녀가 하루는 그에게 다가오더니 뜻밖의 말을 했다.
“과장님! 내일 시간 있으세요? 내 생일이거든요. 케이크 사 갖고 안 오실래요?”
“어? 일요일이 미스 정 생일이라고? 그렇다면 가야지. 사는 데가 어디야?”
그는 별 생각 없이 말했다. 같은 부서 여직원의 생일이라니, 그리고 부서 안의 직원들을 함께 초대하는 모양인데 가지 않으면 과장으로서 부하직원을 홀대하는 꼴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가겠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상세하게 집 약도를 그려 주었다. 그녀는 셋방을 얻어 살고 있었음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래, 내일 내가 커다란 케이크 사가지고 갈게.”
그는 이튿날 낮에 그녀가 살고 있는 셋방으로 케이크 하나를 사 들고 찾아갔다. 다른 직원들도 올 테니 조금 늦게 나타나야 되지 싶어서 일부러 약속시간 12시를 넘겨 10여분이나 지체하고서 갔다. 그런데 막상 그녀의 방에 들어서고 보니 동료는 아무도 안 왔고 그 혼자뿐이었다.
“어어? 아무도 안 왔네? 내가 약속시간을 잘못 알았나?”
그 말에 정다해는 깔깔 웃었다. 그녀는 발그레 상기된 얼굴이었다.
“어머, 과장님은 순진하셔라. 내가 과장님하고 오순도순 단 둘이서 재미있게 보내려 오시라 했는데! 그런 눈치도 없어요?”
시원스런 말에 그는 속으로 놀라며 다시 그녀의 옷차림을 살펴보니 알몸이 그냥 내비치고 젖무덤이 환히 보일 듯한 얇은 잠옷 같은 걸 걸치고 있었다. 그녀의 육감적 자태에 그는 침을 꿀컥 삼켰다. ‘이거, 수상하네?’ 사내란 게 다 그렇다. 성적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하는 여자를 보면 엉큼한 생각부터 드는 것이 사내들인데 여자가 노골적으로 유혹하고 무방비로 덤비면 안 넘어갈 장사가 없다. 그는 매혹적인 여자의 몸매를 안보는 척 애써 피하면서도 보아야할 것을 다 보았다. 추운 겨울 날씨 때문이어서인지 방바닥에는 이불이 그냥 깔려 있었다. 그것도 보통으로 보이지 않았다. 커피를 끓여 온다, 케이크를 예쁘게 잘라 쟁반에 담아낸다, 그러면서 한참 부산을 떨더니 그의 옆에 찰싹 붙어 앉으면서 그녀가 코맹맹이 소리를 했다.
“내가 얼마나 과장님을 좋아하는지 아세요? 그런데 과장님은 평소 날 소 닭쳐다 보듯 그리 냉정해요?”
사뭇 앵돌아진 소리였다. 예쁜 처녀가 그런 살가운 소리를 하는데 안 넘어간다면 그건 사내가 아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아무도 손길이 닿지 않았을 아가씨의 뽀얀 살결,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싱싱한 오이 같은 살 냄새가 그를 혼미에 빠트렸다.
“허어, 내가 언제 소 닭 쳐다보듯 해? 난 총각도 아니고 하니까 젊은 놈들에게 미스 정을 양보하고 살았지. 나도 네가 좋았어. 성격도 쾌활하고 귀엽고 예쁘기도 하고·····.”
“사랑스럽지는 않으세요?”
자신도 모르게 손이 그녀의 등 뒤로 돌아 허리를 감싸 안았다. 여자가 몸을 붙이면서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기댔다.
“사랑? 허허 아저씨보고 놀리면 호랑이가 잡아 간다?”
“어머! 어디 호랑이가 있는데요? 한번 날 잡아 가라 해보세요. 내가 잘 잡혀가나 뭐!”
“아이고! 요 놈이!”
그는 순간 그녀를 끌어안고 이불위로 나뒹굴어지고 말았다. 정다해는 그를 정말 좋아했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인 여자로 슬기롭게 그와 즐겁게 지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을 했고 회사도 그만두면서 만나는 것도 뜸해졌다. 결혼 후 몇 번인가 ‘사랑하는 용수 오빠’ 하면서 편지도 왔지만 남의 아내가 된 여자를 가까이한다는 것이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않아 그도 그 정도에서 멈추고 말았다.
“정말, 어떻게 그렇게 소식을 끊었어?”
“냉정한 건 용수 오빠죠. 난 오빠 소식을 종종 들었다구요. 같이 회사 다녔던 친구들 편으로. 밤이면 오빠 생각이 절로 나대요. 오빠는 내 생각 통 안했죠?”
“어어, 그랬나? 난 다해가 결혼을 하면서 나와 딱 인연을 끊어 버린 줄 알았지.”
그들은 백화점 8층 식당가로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밀렸던 얘기들을 주고받았다. 손용수는 그럭저럭 환갑 진갑을 지냈다는 것, 자식들도 다 결혼시켰는데 서울서 산다는 것, 이제는 할 일없어 등산이나 다니고 친구들과 노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그녀는 아이들이 둘이고 남편과 함께 작은 옷가게를 하는데 장사가 그저 그렇다고 했다.
“오빠! 건강하세요. 건강이 최고예요. 오늘은 나 볼일이 있어 나왔는데 우리 옷가게 노는 날 어디 놀러가요. 승용차 있죠?”
“아, 그거 좋겠군.”
그렇게 다시 정다해와 인연이 이어졌다. 예전 몸을 섞었던 사이이였으니 관계 복원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여자는 망설이지도 않았고 솔직하고 흉허물이 없이 안겨 왔다. 그는 아내에 비해 젊은 여자를 만났으니 사그라졌던 청춘이 되살아나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기적 같게도. 그즈음 그는 아내와 딴방을 쓰고 있었다. 아내가 환갑을 딱 넘기면서부터 작은 방을 차지하고 살았다. 그는 한 방을 쓰자는 소리를 못하고 지냈다. 그래서 부부관계가 시원하지를 못했다. 그런 형편에 그녀를 만났으니 그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즐겁고 가슴 부푼 시간이었다.
그들은 한 달에 한 번쯤은 만나서 온천에도 가고 이름난 음식점에도 다니며 즐겼다. 그의 승용차를 끌고 나가면 정다해가 운전을 잘한다면서 그로부터 운전대를 뺏어 차를 몰았다. 쉽게 피로를 느끼는 나이 많은 그를 배려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녀는 그보다 더 적극적이었고 헌신적이었다. 데이트를 하면 남자가 돈을 쓰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오빠는 백수 아냐? 내가 그래도 옷 장사를 하니까 현금은 내가 많아.”
그러면서 돈을 척척 썼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반 년 전이었던가? 통영 바닷가로 가서 회를 먹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오빠! 우리 가게 장사가 잘 안되어 요새 자금 회전이 잘 안 되네. 돈 있으면 5천만 원만 빌려 줘.” 했다.
“내가 돈이 어딨노? 아들 장가 갈 때 있는 돈 탈탈 다 털어서 아파트 전세 얻어 줬는데!”
“흥! 내 그럴 줄 알았지. 오빠 같이 꼼쟁이에 앞뒤 여유가 없는 분이 오죽 할라고! 돈 안 빌려줘도 원망 안 해요. 우리 부도나서 길바닥에 나 앉으면 그만이죠.”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저축은행인가 새마을 금고인가에서 사업자금을 빌렸는데 갚을 기한을 넘겼다고 했다. 만약 수일 내 갚지 않으면 집을 법원 공매에 붙이겠다는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집에 돌아와 고민했다. 생활 자금으로 은행에 넣어 둔 여유 돈이 있었다. 아내에게 다해의 얘기를 털어 놓고 어려운 사람 형편 좀 봐주자고 의논할 일도 아니었다. 그는 결심했다. 사랑인지 뭔지는 몰라도 그래도 늙은 나를 좋아한다고 만나주는 여자가 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이십년 전의 정다해도 순수했고 오늘날의 정다해도 비록 세상물정에 닳고 닳은 여자가 되었겠지만 여전히 순수했음을 그는 인정했다.
“주자! 5천만 원을 왕창 떼이는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주자! 다해도 순정이고 나도 순정 아니겠나!”
그는 정다해를 만나 함께 은행에 가서 돈을 빼 주었다. 그녀는 감격하면서 다짐했다.
“역시 오빠는 최고야. 한 두어 달만 있으면 갚을 수가 있을 거야. 서울에 사 둔 아파트가 있거든. 그걸 부동산에 내 놓았어. 곧 팔릴 거야.”
그런데 감감 무소식이었다. 전에는 한 달 쯤 지나면 어김없이 전화를 해 드라이브 가자면서 꾀이더니 뚝 끊겼다. 어쩌다 궁금해서 그가 먼저 전화를 하면 그녀는 덤덤하게 받는 것이었다. 만나자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도 만나자는 말을 억제했다. 그는 일체 돈 얘기를 삼갔다. 그녀도 돈에 대한 말은 없었다. 그는 그녀가 돈을 얼른 갚지 못하니 미안해 그런가 보다 싶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자연히 그도 전화를 걸기가 조심스러워졌다. 빚 독촉하러 전화를 했나 오해를 살까봐 싶어 더욱 휴대폰 키를 누를 수가 없었다. 몇 번인가 망설이다가 그만 두곤 하면서 그녀 쪽에서 먼저 연락오기를 기다렸다. 그러기를 몇 달이 흘러가버렸다. 속이 바짝바짝 탔지만 어디다 하소연할 곳조차 없었다.
아내가 어느 날 통장을 뒤져 보았든지 은행에 갔다가 알게 되었는지,
“아니! 당신 돈 어떻게 했어요? 돈이 많이 없어졌던데?”
하고 추궁하는데 속으로 진땀이 흘렀다. 돈이 급한 친구에게 잠간 빌려주었다며 적당하게 아내를 다독거려 놓았다.
그날 그는 아내를 피하려고 집을 나가서 친구들과 고스톱을 치며 하루 종일 놀았다. 그런데 온종일 머리가 띵 했다. 술을 마시면 좀 나을까 싶어 평소보다 소주를 두어 잔 더 마시기도 했다. 아내, 돈 5천만 원, 다해……화투짝을 쥐고 있었어도 그런 상념들이 떠올라 괴롭혔다. 그는 해가 지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날마다 하는 버릇 그대로 흔들흔들 천천히 걸었다. 그가 사는 아파트는 5층짜리 6개동으로 양쪽으로 3개동씩 벌려 서 있었다. 그는 3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그리고 무심하게 키를 호주머니에 꺼내 열쇠구멍에 넣었다. 그런데 돌렸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말을 듣지 않았다.
‘이상하네! 열쇠가 고장 났나?’
그는 한참이나 열쇠를 돌리고 확인하고 하다가 고개를 추켜들어 호수를 확인했다. 분명 303호였다. 그때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소리가 나더니 누군가,
“아이구! 영감님. 여기는 웬일입니까?”
하는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낯선 자였다. 아파트 주민이 자주 바뀌고 거기다 인사를 주고받는 사람도 적어 그는 누군지 알아 볼 수 없었다.
“영감님! 여기는 104동 303호입니다. 혹시······ 영감님은 103동 이시죠?”
그제야 깨달았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는 104동 계단을 허겁지겁 정신없게 걸어 내려갔다. 오른쪽으로 틀 걸 왼쪽으로 틀었던 모양이었다. 아내에게 아무 소리도 않았지만 그는 큰 충격을 받아 밥맛을 잃고 말았다. 많이 취한 것도 아닌데! 벌써 치매인가? 그는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날 밤은 새벽 한 시가 되어서야 가까스로 잠이 들었다. 그러다 새벽 4시에 잠이 깨어 다시는 잠이 오지 않았다. 그 이후 그는 불안하고 초조했다. 걱정이 첩첩이었다. 정다해도 그렇고 돈 5천만 원도 그렇고 만약 그 일이 들통 난다면 아내에게서 받을 모멸, 아이들도 덩달아 빈정대며 웃을 걸 생각하니 기가 막히고 조마조마해서 그만 잠이 달아나고 말았다. 불면의 밤이 계속되니 더더욱 죽을 지경이었다. 정신과를 찾아갈까? 어쩔까? 망설이며 지냈다. 그러니 두통이 더 심해졌다. 귀 위 양쪽이 쑤시고 아팠다. 귀에도 이상한 소리가 났다. 라디오 잡음 같은 것, 아니 매미가 수백 마리 귀안에 울어대는 듯 했다.
그럭저럭 다해가 돈을 빌려간 지 댓 달이 흘러갔다. 그는 빚 독촉을 하지 않을 수도 할 수도 없는 고민에 빠져 밤잠을 설치기가 일수였다. 어떨 때는 머리가 푹푹 쑤셨다. 그러다 좀 지나면 괜찮아져 일상의 일처럼 지나쳤다.
예초기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벌초는 쉽고 금방 끝나는 일이 되었다. 조카 둘이 힘을 합해 일을 하니 금방 묘역이 말끔해졌다. 손용수는 산소 근처 조금 멀리까지 피어있는 망초들을 뿌리째 뽑으며 돌아 다녔다.
“숙부님. 인자 일 다 했으니 술이나 한 잔 올립시더. 망초 그거 자꾸 뽑아도 뽑아도 한정이 없으니 그만 두세요.”
조카들이 만류를 했다. 그런데 그것이 멈추어지지 않았다. 꼭 눈에 보이는 망초면 끝까지 따라다니며 다 뽑아야 직성이 풀릴 듯 했다. 그는 성묘를 마다하고 망초를 쫓아 골짜기를 헤맸다. 전에는 밭을 해먹다가 버려둔 산소 아래 남의 땅에도 망초가 무성했는데 그것까지 다 뽑으려고 하니까 조카들이 기가 막혔는지 예초기를 들이대 삽시간에 망초, 익모초, 도꼬마리, 도깨비바늘, 산딸기, 명아주, 억새 등 잡초란 잡초를 깨끗이 베어버렸다.
“허어! 망초는 뿌리째 뽑아야 한다니까! 중동거지 잘라 놓으면 금방 새 촉대가 올라와 꽃이 핀단 말이다. 뿌리가 있으면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고 월동을 해. 이듬해 봄이면 또 꽃이 핀다니까!”
돌아오는 길에 조카의 차를 타고 앉았으면서도 못내 망초를 뿌리째 뽑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번호를 보니 정다해였다. 조카들이 둘이나 같은 차안에 있으니 뭐라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정쩡 코대답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빠! 어딨어요? 나 보고 싶었지?”
“으, 으응······.”
“대답이 왜 그래요? 옆에 누가 있어요?”
“조카들과 선산에 벌초를 갔다 돌아가는 길이야. 지금 집으로 가는 길인데······.”
“알았어요. 만나서 재미난 얘기 듣고 오빠한테 맛난 거 사 달라 하려고 했는데 그만 둬야겠네?”
“······.”
그는 옆에 조카들이 없었으면 ‘전에 빌려간 돈을 갚을 때가 되지 않았어?’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러자니 자연히 말은 입속에서만 뱅뱅 돌았다.
“안 되겠네. 전화 끊어요. 난 오빠 보고 싶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온 전화였는데 빌려간 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도 없이 그가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저쪽에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내게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전화를 한 것이 틀림없기는 한데······. 음성이 기분 나쁜 것은 아니었어. 차에 내리면 전활 해야지.’
조카 상기가 아파트 입구까지 그를 실어다 주었다. 차에서 내리면서 다해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참이나 신호가 가는대도. ‘나중에 전화를 해야지.’ 했으나 그는 그 후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다. 한밤중에 전과 다름없이 돈 걱정이 되살아났다. 그제야 전화를 하려니 밤 12시가 넘어 있었다. 아내, 다해, 아이들, 돈 5천만 원······. 쓸모없는 걱정이라고, 잊어버리고 자자! 자자! 그러다 새벽 1시가 훨씬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새벽녘, 그는 뒤숭숭한 잠에서 가물가물 의식이 깨어나면서 자신의 몸이 한없는 심연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좀 어지러웠다. 아니 갑자기 방바닥이 울렁거리는 것이었다. 눈을 떠 보았다. 천정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었다. 눈을 꽉 감아보았다. 제 몸이 위로 아래로 회전그네인가 뭔가 놀이기구를 탔을 때처럼 빙빙 돌아가는 것이었다.
“어, 어, 어!”
그는 고함을 치려고 했다. 그런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꿈인가? 꿈인가? 그는 자문자답하면서 팔을 내저었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죽는 거 아니야? 요망한 생각이 스쳐갔다. 몸을 겨우 옆으로 굴렸는가 싶은데 꿍! 천길 만길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한없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내려갔다. 그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작은 방에서 자던 손용수의 아내는 이상한 소리에 잠을 깼다. 불길한 신음이 어디선가 들려 왔다.
‘엉? 무슨 소리야?’
그녀는 느릿느릿 일어나 소리 나는 쪽이 어디인가 덜 깬 잠을 쫓으며 더듬었다. 그녀는 이내 남편의 소리임을 깨달았다.
“이 양반이! 잠꼬대를 심하게 하나보네! 내가 깨워 줘야지!”
중얼거리며 안방으로 가니 방문이 열린 채 남편이 문지방을 베고 쓰러져 있었다.
손용수는 사흘 만에 의식을 차렸다. 눈을 떠보니 아내와 두 아들은 알아보겠는데 젊은 여자들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그가 누운 곳이 어딘지도 가늠이 안 되었다. 뭐라 말을 해야겠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제 정신 차렸는갑다. 아이고! 여보! 날 알아보겠어요?”
아내가 고함을 치듯 그의 손을 꽉 잡고 흔들면서 물었다. 큰 아들 상대와 작은 아들 상호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오며,
“아버지! 아버지! 제 말 들려요?”
하는데, ‘들린다.’고, ‘그런데 명절도 아닌데 회사일은 어쩌고 내려 왔느냐?’고 물어야겠는데, 뭐라 대답해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낯선 젊은 여자 둘이 또 그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밀며,
“아버님. 저희들 알아보시겠어요? 큰며느리, 작은 며느리. 아시겠죠?” 했다.
손용수는 그만 귀찮아졌다. 그래서 눈을 감아버렸다. 또 얼만가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주위에서 여럿이 뭔가 떠들어대는데 아주 멀리서 매미 우는 소리만 들렸지 무슨 말인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가는가? 멈춰 섰는가?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 무심하게 흘러갔는가? 도대체, 조금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밤중이었다. 아내가 옆에서 지키고 있었든지 얼굴을 또 눈앞에 가져오며 물었다.
“내 알아보겠어요? 상대 아빠!”
‘허어! 내가 내 마누라 몰라볼까봐 자꾸 묻나?’ 하고 말하려고 했으나 이번에도 말이 되지 않았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모양이구나.’ 그는 그만 꿈을 깨자고, 꿈에서 깨어 나야한다고 다짐을 했지만 여전히 흐릿했다. 다시 꿈속으로 빠져 들었다. 어머니 무덤에 망초가 하얗게 피었다. 그는 망초를 뽑고 또 뽑았다. 그러다 약간 정신이 드니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의사 같았다.
“이젠 걱정마세요. 선생님께 중풍이 약하게 왔어요. 잘 치료하면 걸을 수도 있고요. 후유증으로 약간 치매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곧 말도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마비된 팔 다리는 금방 회복이 안 되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하면 회복될 겁니다. 안심하세요. 아주머니.”
‘아아! 내가 뇌졸중으로 쓰러졌구나. 어쩐지······.’
그는 천장으로 눈을 돌리며 의사의 말을 되뇌었다. 중풍이라, 중풍이라·······.
눈을 떴다. 옆에서 지키고 있던 아내가 반색을 했다. 뭐라고 또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참 떠들어댔다. 그러더니 아내가 휴대폰을 열더니 그의 코앞에 디밀었다.
“며칠 전부터 전화가 발발이 왔어요. 열 번이나 넘게 전화번호가 찍혔던데. 선이 누구요? 선!”
그는 눈만 끔뻑끔뻑 했다. ‘선, sun, 다해, 해가 sun이지.’ 정다해가 생각났다.
“당신하고 통화가 안 되니까 문자 메시지도 들어 왔데요. 당신 지난번 친구에게 돈 빌려 주었다고 했지요? 선이란 사람 당신 계좌에 빌린 돈 입금했다고, 확인하고 전화해 달라고 해요. 이것 보세요.”
아내는 정다해로부터 온 문자 메시지를 찾아 보여 주었다. 그러나 뿌옇게 보일뿐 아무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다해가 돈을 입금시켰다는 소리에 마음이 푹 놓이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나도 순정이고 다해도 순정이지.’
들판 온통 망초가 하얗게 지천으로 피어있었다. ‘저 것 봐. 오빠 저게 무슨 꽃이야? 너무 하얗고 예쁘네.’ 정다해의 기가 막힌 소리에 손용수는 ‘이 철없는 것아! 내가 해마다 저것과 전쟁을 벌인다!’ 하고 둥글고 불룩하게 솟은 젖가슴에 머리를 처박았다. 그러면서 그는 가물가물 정신을 잃었다.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현우 단편소설 - 노구(老軀), 그 지루함 (0) | 2010.03.27 |
---|---|
김현우 단편소설 <촌놈 둘 도방넘 하나 > (0) | 2010.03.09 |
유록동 늙은 이야기꾼의 갈망 (0) | 2009.12.24 |
쑥쟁이 흐튼소리 (0) | 2009.12.23 |
욱개명물전 (0) | 2009.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