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조왕사 신돈 이야기(마지막회)
제12장 후문(後聞) (5)
* 옥천사 복원과 신돈의 재평가
지금 남아 있어 옥천사터라 알려진 곳이 이기담 창녕현감이 500여 년 전 복원하려던 절터였으리라 추정된다. 그때 짓다가 허물어버린 흔적이 남은 장소가 분명하다.
청도 용천사의 내력으로 알려진 대로 옥천사가 47개의 암자를 거느렸고 3,000명의 승려가 수도하는 큰 절이었다면 그 절터가 어마어마하게 넓고 컸을 것이다. 아마 비슬산 동쪽 산록 일대로 예전 옥천초등학교 있었던 옥천마을 전체가 아니었나 짐작된다.
지금 복원하려다 그친 곳은 지형이나 지세에 맞지 않는 듯하다. 그곳은 어쩌면 옛 옥천사의 아래쪽 부속 건물터가 아니었나 추정된다.
따라서 철저하게 파괴되고 훼철된 원래 옥천사의 넓고 큰 절터는 옥천마을 일대로 대웅전은비슬산 산중턱 어딘가 있었을 것인데 오랜 세월이 지남에 따라 세인의 기억에서 사라진 듯하다.
화왕산 남쪽인 비슬산 동편의 산 중턱 높은 곳이나 옥천마을 일대를 답사 조사하여 옛 절터를 찾아야 할 것이다. 비슬산 말흘리의 재련골에 자련사(紫蓮寺)와 승지사(勝地寺)가 있었다고 하며 고개를 넘어 동편 골짜기 옥천 쪽에 불당골이란 지명이 남아 있다. 불당佛堂은 곧 절집이니 그 지역도 현지 답사해 볼 만한 골짜기라 하겠다.
“화업십찰”의 입지조건과 걸맞은 비슬산 자락, 옥천계곡을 환히 조망할 수 있는 넓고 큰 규모의 높은 지대의 부지를 찾아내면 좋을 듯하다. 그곳에 옥천사를 복원하여 그 산문에 일주문을 세워 <비슬산 옥천사>라 현판을 단다면 잊혀 버린 역사를 바로 세우는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장편소설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연재를 마치면서,
이 글을 소설이라 하겠지만 본격 역사소설도 아니요 실록이나 전기, 평전도 학술적 연구논술도 아니다. 그저 이야기라 하면 좋을 듯하다. 그래서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라 하였다.
그저 독자들에게 요승, 반역자로 회자(膾炙)되는 신돈이 아니라 득도한 고승이며 문수보살의 화신으로 끝까지 화엄종 비구 승려의 자세를 유지하면서 불국토의 꿈을 이루어 빈부귀천이 없는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으로 바꾸려 한 개혁 정신을 가진 의로운 편조왕사로 ‘디비짔’으면 한다. 따라서 불교의 진리로 약자나 노비의 편에 서서 남녀의 평등, 인간의 평등과 자유를 추구한 역사적 위상을 제대로 살폈으면 좋겠다.
편조왕사 신돈은 고려 왕조를 무너트리고 새 왕조를 세운 세력들의 정치적 희생양이요 산물이다.
흔히 신돈을 요승, 사승(詐僧)이라 조롱하며 역적으로 부정축재 도덕적 타락자로 몰아붙이고 비하하며 온갖 허물을 덧씌워 고려 왕조 멸망을 초래한 장본인처럼 꾸며서 『고려사』 권132, 열전45, 반역6 신돈전과 『고려사절요』에 기록되어 있다.
과연 그러한가? 이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는 그런 의문점에서 출발하였다. 진실을 찾기 위해서. 최근 사학자들의 연구발표 결과를 토대로 작가적 추리와 상상, 논리적 분석을 통해 뒤집기를 시도하고자 했는데, 뒤집기가 성공했는지 어떤지 걱정이다.
고려 왕조를 무너트리고 새 왕조를 세운 이성계 세력이 내세운 최초의 핑계는 폐가입진(廢假立眞)이었다. 우왕과 창왕을 신돈의 자식이라 했으며 옥천사 사비의 자식 신돈 때문에 고려 왕조의 멸망을 초래한 것처럼 『고려사』는 오도하였다.
<신돈전>에는 전적으로 후대에 신돈이 부패하고 황음(荒淫)에 빠진 늙은 중이란 인식을 갖도록, 또 우왕의 출생에 대해서도 그 당시 떠돌던 세인(世人)들 소문을 진실인 양 곳곳에 인용하였다. 위의 두 사서의 기록을 과연 어디까지 믿을 만한가?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사사건건 트집 잡고 조롱하며 조그만 흠을 침소봉대하고 그의 개혁 정책을 왜곡, 평가 절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에게 이 이야기가 “편조왕사 신돈의 변론”이 되어 진실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대미(大尾) ***
<창녕신문> 2024년 6월 26일자 연재분
지금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작가 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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