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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전과 함께
동화, 시와 동시

우리들의 하늘

by 남전 南田 2007. 3. 13.
<우리들의 하늘>

김 현 우

우리들은 갑자기 우리들의 하늘을 잃었습니다.
활짝 갠 날의 오후였습니다. 우리들은 집안을 들락거리며 제 맡은 일을 하느라 열심이었습니다. 그때, 우리들의 머리 위에는 맑은 해님이 있고 파아란 하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우리들의 집이 무너졌습니다. 그만 우리들은 그때 하늘을 잃었습니다.


우리들은 어디론가 옮겨져 갔습니다. 우리 형제들 중 누구누구가 이 엄청난 재앙을 피했는지, 상처를 입고 죽었는지 누가 잡혀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나도 겨우 목숨만은 건졌나 봅니다. 대문간에 서서 양식을 지고 들어오는 형제들을 헤아리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집이 무너지는 바람에 곧바로 흙더미에 묻혀 잡혀 간 것입니다. 흙더미에 나의 가느다란 허리가 파묻혔습니다. 허리가 끊어질 듯한 아픔이 왔지만 나는 형제들이 걱정돼 불러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답이 없어 그만 겁이 났습니다.
흙더미에 파묻혔으니 나의 비명이 다른 이에게 들릴 리 만무했습니다. 우리들은 서로들 외치고 신음했는데 계속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어디론가 옮겨져 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 큰일 났구나.
그러나, 뒤죽박죽인 지금 우리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만에 우리들은 또 다른 고역을 겪었습니다. 곤두박질치며 어디인가 흙덩이와 함께 쏟아져 들어갔습니다.
--- 아이구 아야!
형제들의 처절한 비명이 들렸습니다. 나는 여왕 님의 말씀을 기억했습니다.
--- 항상 방향을 잘 분별하도록 해라. 어디서든 내 선 곳을 알도록 해라.
그러나 여왕 님의 말씀을 따를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숨쉬기에도 답답한 어둠 속에 갇혀버렸으니까.
한참 후 흔들리던 것이 멈추어졌으므로 우리들은 서로 외치며 찾았습니다. 흙더미를 헤치며 서로들 불렀지요.
--- 살았으면 이리로와.
나는 흙더미를 헤치며 위로 빠져나가다가 허리가 끊어져 죽은 형제를 두 명이나 만났습니다. 의사도 없는 지금 가련하고 불쌍하지만 손쓸 수가 없어 눈물만 흘려야 했습니다.
--- 위로 올라가 보자.
--- 아직 그 나쁜 사람들이 있을 텐데?
--- 어쨌든 숨이 막혀 살 수가 있어야지.
--- 대체 어찌된 일일까?
우리들은 떠들며 푸른 하늘을 보려고 흙더미를 힘겹게 헤치고 위로 위로 올라갔습니다.
--- 아니, 여긴 어딜까?
--- 그, 글쎄, 우리 집에서 멀리 떨어진 거야.
하늘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캄캄한 어둠이 짙게 대려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땅 위로 솟구쳐 오르자, 그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무사히 살았다는 사실에 서로 기뻐했습니다. 또한 여기가 어디쯤인가 알기 위해 급히 정찰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사방은 매끄러운 돌의 절벽으로 막혀 있어 오르거나 뚫고 나갈 수 없음을 알아냈습니다.
우리들은 낙담하지 않고 잃어버린 하늘을 어떻게 하면 되찾을 수가 있을까 의논했습니다.
--- 이렇게 급히 서둘다가는 지쳐 쓰러지기 알맞아. 모두 모여.
--- 그래, 모두 모여 천천히 생각해 보자.
모두 모여보니 위험을 피해 많은 형제들이 달아났고, 대문간에서 일하던 형제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다리가 부러지거나 허리를 다친 형제도 있고 머리를 다쳐 기절해 뒤늦게 정신을 차린 형제도 있었습니다.
--- 어찌 됐는지 알아?
아무도 집이 무너져 내린 이유를 몰랐습니다. 아니, 찬란하게 비치던 해님과 우리를 감싸주던 하늘이 어찌되어 사라졌나를 아무도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라도 길을 만들고 집을 지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 달아날 수 없다면 집이라도 지읍시다.
--- 자, 일합시다. 우선 집과 다닐 길을 만들어야지요.
우리들은 아픔을 참으며 어둠 속이었지만 보다 서로 협동하고 힘을 합쳐 굴을 뚫고 집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들의 하늘을 그리워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흙더미를 굴려 내고 아담한 집을 지었습니다.
며칠인가 흘러갔습니다.
해님이 있었다면 해님과 달님을 바라보고 며칠인가를 헤아렸겠지만 그럴 수가 없었지요.
이젠 기진맥진해 졌습니다. 누군가가 보내 주는 비스킷 가루가 있어 굶주림은 면했지만 . 하늘이 없이는 안락한 집이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옛집이 그리워져 울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밝아졌습니다. 언제나 대문간에 섰던 나는 기절할 지경으로 눈부시게 빛을 받았습니다. 신선한 공기도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우리들은 커다란 눈들을 발견했습니다. 큰 눈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감탄하는 것입니다.
"와! 개미집 봐. 멋지네. 멋져."
"어떻게 요렇게 예쁘게 굴을 뚫었지?"
"정말 개미는 부지런해."
우리들은 그제야 깨달았지요. 개구쟁이 철이의 교실에 와 있다는 것을 .<개미 생활의 표본>이라는 병에 갇혀 우리들의 하늘을 영원히 잃었다는 것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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