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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전과 함께
동화, 시와 동시

금붕어 친구들과 미로여행

by 남전 南田 2007. 9. 3.
LONG

“우리 형제들은 아파트에서 살았어. 그런데 어항이 아니라 페트병 속에서 고생을 좀 했지.”

“우린 유치원에서 나누어 준 관찰용 금붕어였지. 잘 키울 수 없으니까 맘씨 좋은 아이들이 여기서 자유롭게 살라며 놓아 주었어.”

금붕어와 미끌이는 서로 살았던 아파트와 늪 이야기를 주고받았지.

"내가 살았던 늪은 아주 넓고 컸지. 가시연꽃과 많은 물풀들, 물고기들, 수백 가지 벌레들이 살고 있는 곳이지. 그뿐인가? 하늘도 여기서 보는 것보다 넓고 크지. 산도 보이고 논과 밭이 이어진 들도 보이고 새들도 날지. 나비와 잠자리도 아주 친한 우리 동무들이지. 난 그곳로 가고 싶어!”

“야! 우리도 거기 가보고 싶어. 아무리 멀어도.”

“나갈 수가 없어. 여긴 갈 곳이 꽉 막힌 감옥이야. 지난해 겨울부터 내가 뺑뺑 돌며 나갈 구멍이 있나 살폈지만 없었어. 겨우 우리 몸을 숨길만한 돌 틈이 있을 뿐이었어.”

정말 금이와 붕이가 돌아다니며 분수 연못 주위를 살펴보니 바닥은 잔자갈이 깔려 파고 들어갈 수 없었어. 바위들을 가져다 보기 좋게 울타리를 만들었는데 높은 한쪽에서는 물이 떨어지고 있었지. 분수와 바위에서 떨어진 물은 도로 배수구멍을 통해 어디론가 돌아가는데 그 구멍에는 물만 빠져 나가는 마개가 꽉 막혀 있었어. 그들이 빠져 나갈 수는 없었어.

여러 날이 흐르자 금붕어 형제들도 조금 기분이 좋아져서 분수 연못 안을 헤엄쳐 다녔지. 그런데 식구가 또 늘었지 뭐야. 올챙이였어. 역시 유치원에 자연 관찰용으로 키우라면서 나누어준 올챙이였지. 집에서 키우다가 죽을 듯해서 분수 연못에 놓아 준거야.

“아아! 살 것 같네. 그래도 이곳은 넓으니 훨씬 좋아.”

올챙이 두 마리 중 큰 쪽은 올이, 몸집이 작은 쪽은 챙이였지. 아직 앞다리 뒷다리가 쏘옥 나올 때가 되지 않아 꼬리가 달려 있었어.

“잘 왔어.”

“반가워. 우리도 아파트에서 살다 왔지 뭐야.”

그들은 서로 반가워했어. 지나가는 아이들이,

“야! 금붕어 봐라.”

“저, 저건 뭐야? 까만 저것 말이야?”

“그건 미꾸라지야. 어? 올챙이도 있네?”

하고 신기해했어. 어른들도 지나가다 구경을 하며 웃기도 했지.

어느 날 아침, 일꾼들이 여럿 나타났어. 금이 삼형제와 미끌이 올이 형제들이 급히 부들 사이에 숨었어, 일꾼들은 다짜고짜 분수 안을 다니며 물을 휘젓더니,

“이렇게 더러우니까 청소를 하라지. 애들이 과자봉지에 쓰레기들을 분수 안에 마구 집어 던지니 물이 깨끗할 리가 없지!”

사람들은 청소를 시작했지. 정신없게 물을 휘젓더니 배수구멍 마개를 뺐지. 물이 쏴! 한 곳에 쏠려 나갔어. 금이 형제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엉겁결에 그들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어.

“손을 꽉 잡아!”

금이는 동생들과 한 몸이 되었지. 그리곤 세찬 물줄기 때문에 깜빡 정신을 잃고 말았지 뭐야.

“여, 여기가 어디야? 붕이야! 어허야!”

한참 후 였어. 사방이 깜깜 했어. 한참 있으니까 주위가 희미하게 보였지. 금이는 동생들을 찾으려 고함을 질렀지. 그 소리에 미끌이가 달려왔어. 올이와 챙이도 제정신을 차리고 금이 옆으로 왔어.

“동생들이 없어 졌어. 급한 물살에 멀리 갔나봐. 빨리 찾아야 될 텐데.”

“분명히 이곳은 아파트에서 큰 길로 이어지는 땅속 하수도야. 그래서 깜깜해. 조심해야 돼. 물이 흘러가는 길이 여러 갈레 일 테니.”

그들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더듬거리며 붕이와 어허를 찾았지. 곧 근처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붕이와 어허를 찾아 모두들 한숨을 쉬었어. 미끌이가 용기를 내 말했지.

“자! 어떤 길로 가야 내가 살았던 늪으로 갈 수 있을까?”

“여긴 물이 흐르지 않고 가만히 멈춘 듯 해. 나가는 길을 찾기가 힘들 거야. 내가 살았던 아파트 식구들이 저번 휴가 때 제주도 여행을 갔는데 미로공원에서 혼이 났데요. 꼬불꼬불 이리저리 나무 울타리로 미로를 만든 것이었는데. 종을 쳐야하는 종점인 출구가 빤히 보여도 달려 가보면 길이 막혀 돌아 서야 했어. 나가는 길이 아니었지. 용기를 내 이리 돌고 저리 돌고……. 아이들이 재미도 났지만 혼도 났나 봐.”

“맞아! 우리도 미로에 갇힌 거야. 요리조리 잘 가늠해서 가야 출구로 빠질 수 있어. 모두 정신들 차리자고!”

금이와 올이도 한마디씩 했어. 모두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했지. 어떻게 하면 얼기설기 얽혀있을 미로를 잘 빠져 나갈까? 하고. 큰 도시의 하수도가 분명 가로 세로로 많이 나 있을 테니 잘못 가다가는 엉뚱한 길로 들어서면 큰 고생을 하기 마련일 테니까. 그들은 서로 떨어지지 않게 손을 꽉 잡고 조금씩 조금씩 출구가 있을 곳을 향해 나아갔어.

며칠을 지냈어. 아, 기적이 일어났지. 아니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모두 기적이라고 믿었어. 올이와 챙이에게 다리가 생겨났으니까.

“만세! 드디어 앞다리 뒷다리가 다 나왔어! 우린 올챙이가 아니라 이제 개구리가 된 거야. 걱정하지 마라. 내가 앞장 설 거야. 나와 챙이가 나서면 금방 나갈 곳을 발견할 수 있어.”

“갔다 올게. 너희들은 꼼작도 하지 말고 여기 기다려!”

올이와 챙이는 용감하게 앞으로 달려 나갔지. 며칠을 헤매고 다닌 금이 형제들과 미끌이는 기진맥진해서 서로 부둥켜안고 쉬었어. 미끌이가 비가 왔으면 하고 말했어.

“비가 와서 이곳 물이 많아져 흐른다면 쉽게 나갈 수 있을 텐데 비도 안 오네.”

“맞아! 물은 높은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니까…….”

얼마 후 개구리 형제 올이와 챙이가 돌아 왔어.

“저, 저기로 가자. 거기는 여기보다 더 넓고 물이 많아.”

그들은 조심조심 올이를 따라 앞으로 나갔지만 그곳도 역시 출구는 아니었지. 또 올이와 챙이가 용감하게 길을 찾으러 나가고, 또 돌아와서는 조금 앞으로 나아갔어. 미로가 끝이 없는 듯했어. 가다보면 아까 지나갔던 곳인 듯 낯익은 길이 나타나기도 했어. 모두들 배도 고프고 하도 많이 다녔기 때문에 지치기도 했어. 그렇지만 용기는 잃지 않았지.

그때 소나기 퍼붓는 소리가 들렸어. 어디선가 나는 천둥소리도 들렸지. 갑자기 저쪽에서부터 큰 물결이 오는 소리가 났지.

“조심해! 서로 손을 꼭 잡아! 물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면 이 미로를 빠져 나갈 수 있을 거야.”

“맞아! 모두 힘 내.”

그들은 힘차게 밀려오는 물살을 따라 어디론가 달려갔어. 고마운 소나기였어.

“야! 하늘이다!”

제일 먼저 올이가 고함을 쳤어. 연달아 미끌이와 붕이도 파란 하늘을 보았지. 미로여행이 끝난 거야. 그들이 도착한 넓은 개울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었어.

“땡! 땡! 땡!”

금이는 하도 기뻐서 미로 끝 출구에 높게 매달린 종을 여러 번 쳤다는 아파트 식구들의 말이 생각났지.

“만약 종이 있었다면 나도 힘차게 쳤을 텐데!”

그러면 정말 좋았으리라 금이는 생각했지. *****

 

 

 

ARTICLE

동화

 

금붕어 친구들과 미로여행

 

김 현 우

 

금붕어 금이, 붕이, 어허 삼형제가 미꾸라지 미끌을 만난 곳은 아파트 분수 연못이었어. 분수 연못은 아파트 입구에 큼직하게 지어져 있었는데 바닥에는 잔자갈이 깔리고 가운데에는 멀리 늪에서 떠다 옮긴 부들과 창포가 있었지. 뿌리에는 진흙이 듬뿍 있었어.

분수대 물속에는 이곳 터주 대감인 미꾸라지 미끌이가 혼자 살고 있었지. 금붕어 삼형제는 미끌이를 보고 깜짝 놀랐지. 자기들에 비해 못 생기고 까맣게 생겼으니까.

“야야! 너희들은 누구야? 난 미끌이란다.”

“우린 금붕어 형제야. 나는 금이, 내 동생 붕이와 어허야. 우린 아파트에 살다 왔지만 넌 어디서 살았니?”

“난 저 멀리 먼 곳에 있는 늪에서 왔지. 그곳에서 사람들이 부들과 창포를 뿌리째 파 옮겨 왔어. 그때 난 뿌리의 진흙 속에서 잠자고 있었거든. 그래서 꼼짝없이 여기로 와서 살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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