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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전과 함께
동화, 시와 동시

봉화산 호랑이

by 남전 南田 2008. 7. 31.
LONG

“꼭 꼭 잡아라.”

걱정이 된 할아버지가 욱이 손을 철봉에 꽉 힘주어 잡게 합니다.

“요렇게···· 손바닥을 쫙 펴고 손가락으로 움켜쥐어야지.”

“응! 응!”

욱이는 할아버지의 걱정과 달리 쉽게 매달립니다.

“어? 어? 쉽게 매달리네! 야! 최고다. 최고야. 우리 욱이가 최고야.”

할아버지는 너무나 신기해서 큰 소리로 고함도 치고 손뼉을 치며 웃기도 합니다. 욱이는 잠깐 매달렸다가 금방 톡 떨어집니다. 엉덩방아를 찧기 전에 얼른 할아버지가 욱이 허리를 잡아 줍니다. 그러면 또 욱이는 철봉에 두 손을 뻗어 매달립니다. 또 금방 떨어집니다. 또 매달립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솟아납니다.

“어 어! 힘을 꽉 줘!”

할아버지는 고함을 치면서도 재미있어 합니다. 욱이는 그 옆 조금 높은 철봉에 매달리려 합니다. 깨금발을 딛고 팔을 위로 올려 봅니다. 잘 닿지 않습니다.

“여기는 높다.”

“할아버지가 안아 줄게. 겁날텐데?”

할아버지는 냉큼 욱이를 안아 철봉에 손이 닿게 해 줍니다. 욱이가 힘을 줘 꼭 잡았지만 할아버지가 손을 놓자마자 툭 떨어져 버립니다. 할아버지가 얼른 욱이를 잡아 줍니다. 그러면 욱이는 또 매달립니다.

욱이는 철봉도 좋아하지만 둥근 정글짐도 좋아합니다. 정글짐에 가서 올라가려 애쓰기도 합니다.

“겁난다.”

할아버지가 안아서 그 위에 올려놓으면 겁이 나서 벌벌 떱니다. 둥근 쇠 사이로 발이 쏙 빠져 버릴 듯합니다. 그러다가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옮겨 놓기도 합니다.

“옳지! 옳지!”

할아버지는 너무 신기해서 욱이 허리에서 손을 떼고 기뻐합니다.

그렇지만 며칠 전 비오는 날 시이소에서 미끄러지고 떨어져 발목에 멍이 든 일도 있어 걱정입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손은 욱이 허리 근처에서 떠나지 못합니다. 욱이는 둥근 정글짐에 올라가서 한 발 한 발 옮겨 기어코 이쪽에서 저쪽까지 기어 나갔습니다. 하나도 겁이 나지 않았나 봅니다.

할아버지는 손뼉을 쳤습니다.

“야! 우리 욱이 사내 대장부가 다 되었네.”

 

할아버지는 곧잘 아파트 보다 더 높은 산을 가리킵니다. 학교 운동장에 오면 집에서 잘 보이지 않던 초록빛 산이 다 보입니다.

“저게 뭐야?”

“산!”

“그래 봉화산이제, 봉화산.”

“봉화산!”

“저게 뭐가 많지?”

“나무가 많아.”

“옳지! 저 파란 것이 모두 나무지. 정말 나무가 많네.”

“호랑이가 있어.”

할아버지가 할 말을 욱이가 먼저 말합니다. 할아버지는 봉화산에 호랑이가 산다고 여러 번 말했으니까요.

 

밤입니다.

할아버지 곁에 욱이가 누웠습니다.

“얘기 해줘.”

“무슨 얘기?”

“청개구리 삼 형제····”

“아하! 옛날에 옛날에 청개구리 삼 형제가 살았제···· 그런데 엄마 말을 참 안들었제. 엄마가 오늘은 산에 가서 놀아라···· 하면 어데 가서 놀았지?”

“강에 가서 놀지!”

욱이가 여러 번 들었던 얘기라 쉽게 대답합니다.

“어머니가 강에 가서 놀아라···· 하면?”

“산에 가고····”

좀 재미가 없어집니다.

“욱아! 아까 학교 운동장에서 뭐를 봤더라?”

“봉화산!”

“봉화산에는 뭐가 사노?”

“호랑이가 살지.”

“아이구 무섭네. 호랑이가 ‘지금 욱이가 자는가 안 자는가 가볼까?’ 엉금엉금 봉화산에서 기어 내려온다.”

“나 잔다.”

욱이는 얼른 눈을 꼭 감습니다. 그러다가 금방 눈을 떴습니다. 할아버지가 얼른 말합니다.

“눈뜨고 있는 아이 잡아가려고 온다·····”

욱이는 얼른 눈을 감습니다. 호랑이가 잠자지 않고 눈을 뜨고 있는 아이를 잡아간다는 말이 겁납니다.

“호랑이가 큰길을 건너오려 섰다. 지금 신호등이 빨강 불이거든····· 빨강 불일 때는 어쩌노?”

“길 못 간다.”

“맞다. 그래서 섰는데 이제 파랑 불이네. 호랑이가 길을 건너오네····· 약방 앞을 지내서···· 쌀집도 지내고····”

“········.”

“우리 아파트 앞에 왔네. 관리실 할아버지가 봉화산 호랑이보고 ‘여기 뭐 하러 왔어?’ 하고 야단을 치네. ‘저리 가거라 우리 아파트 아이들 모두 다 잔다. 다른 집에 가봐라.’····· 할아버지가 호랑이를 쫓아 내지. 호랑이가 엉금엉금 다른 집에 가네. 우리 욱이도 잔다. 다른데 가 봐라!”

할아버지가 호랑이 얘기를 끝냈을 땐 욱이도 벌써 잠이 들었지요. ****

 

ARTICLE

동화

 

봉화산 호랑이

 

 

“저 저게 뭐야?”

할아버지가 아파트 보다 더 높게 있는 산을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산!”

세 살 박이 욱이는 운동장 철봉에 매달렸다가 쉽게 대답합니다.

 

욱이는 요새 집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로 할아버지와 함께 자주 놀러 옵니다. 학교에 오면 미끄럼틀이 있어 통통통 쇠로 만들어진 계단을 올라 미끄럼을 탈 수 있습니다. 또 시이소도 있어 할아버지는 저쪽에 욱이는 이쪽에 앉아 오르락내리락 하면 정말 재미가 납니다.

욱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따라 마을 놀이터를 다니며 미끄럼도 타고 시이소를 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네는 겁이 나서 잘 올라앉지 않으려 합니다.

“이게 그네라는 건데 얼마나 재미가 난다고!”

흔들흔들 하는 그네에 할머니는 욱이를 안아 올려놓아 줍니다. 그리고 허리를 할머니가 꼭 잡고서 앞으로 뒤로 밀어 주지만 금방 떨어질 듯해서 욱이는 겁이 납니다. 그래서 조금만 타면 내려버립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얘기를 듣고,

“아! 내가 그네에 태워줘야지!”

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도 욱이를 그네에 태우지 못합니다.

“허어! 겁이 많아서야 되나? 남자란 씩씩해야 하는 거야.”

하고 그네에 앉혀보지만 욱이는 금방 내려 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요새 욱이는 철봉에 매달리기를 좋아합니다. 마을 놀이터에는 철봉이 없습니다. 학교 운동장에는 아주 낮은 것부터 어른 키보다 높은 철봉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맨 처음에 있는 철봉 아래에 서서 손을 위로 뻗으면 쉽게 손이 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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