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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시와 동시

할매 할배 / 김현우

by 남전 南田 2007. 6. 12.

 

 

할매 할배

  김현우

 

이사를 했어요. 저 멀리 남쪽 작은 도시에서 서울 근처 도시로 이사를 했어요.

욱이네가 이사를 간 아파트는 전에 살던 곳이나 똑 같이 아파트가 많은 곳이었어요. 그러나 이웃 사람들이 모두 달랐어요. 모두 낯선 사람들이었지요. 그곳에는 욱이와 혁이가 알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경비원 아저씨들도 모르는 사람들이었거든요. 과자를 사러간 슈퍼의 주인아주머니도 낯설었지요. 그래서 욱이는 조금 겁이 났어요.

동생 혁이는 그래도 신나 했어요. 따로 떨어져 사시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집에 와 계셨거든요. 욱이와 혁이를 돌보기 위해 잠시 함께 지내기로 했기 때문이었어요.

욱이는 유치원에, 동생 혁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어서 아침이면 각각 다른 차를 타고 가요. 할머니께서 손자들 손목을 잡고 골목에 나와 버스에 태워 주셨어요.

“할매! 잘 다녀오겠어요.”

“할매! 빠이빠이!”

욱이도 혁이도 버스를 타고 할머니께 손을 흔들었어요.

버스 안에는 아이들이 여러 명이 타고 있었는데 욱이가 “할매!” 하고 외치는 소리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어요. 처음 듣는 말이어서 무슨 말인지 모르는가 봐요.

“할매가 뭐야?”

저희들 끼리 수군거렸어요.

욱이가 새로 다니게 된 유치원 아이들은 모두 낯선 아이들뿐이었어요. 2년이나 다녔던 어린이집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은 모두 잘 알고 있었는데 말예요. 그래서 욱이는 조금 주눅이 들었겠지요.

그렇지만 유치원 선생님들은 모두 욱이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어요.

“욱아! 키가 큰 걸보니 힘도 세고 용감하겠네?”

“예.”

“우리 제일유치원에는 씩씩한 어린이들만 있단다. 그리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예. 알겠어요.”

욱이는 조금 힘을 내 대답했어요. 어머니께서 아침에 욱이를 보고 말했어요.

“새 유치원에 가면 전부 모르는 사람들뿐이야. 선생님도 친구들도 다 처음 보는 사람들뿐일 거야. 그렇지만 잘 지내야 돼. 어울려 놀면서 얘기도 나누고 노래도 함께하면 금방 친해져. 알았지?”

욱이도 어머니 말씀 따라 씩씩하게 새로운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었어요. 새 친구들은 같이 놀면서 욱이를 금방 좋아하게 되었지요, 왜냐하면 아주 먼 곳에서 이사를 왔다고 하니까 재미있어 했기 때문이지요.

“바다가 뭐야? 정말 넓고 넓은 거야?”

욱이가 전에 살았던 마을 앞에는 아주 아주 넓은 바다가 있었다고 얘기했어요. 그러자 바다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놀라며 캐물었어요.

“바다란 말이야. 너무 넓어. 배를 타고 한참 가면 산도 집도 보이지 않게 된다고 아빠가 그랬어.”

“아주 높은·····10층 20층 아파트나 빌딩도 안보인단거야?”

“응····· 육지에서는 높은 산이 가려서 안보이지만 바다에는 높은 산이 없고 온통 물 뿐이지만 아주 넓으니까 안보이게 되는 거야.”

아이들은 욱이의 바다 얘기에 모두 재미있어 했어요.

“할매 할배가 나를 키웠어. 엄마와 아빠가 회사에 출근하시거든. 그래서 나는 젖먹이 때부터 할매 집에서 자랐지. 동생 혁이도 할매가 키웠지. 이번에 이사를 오면서 할매 할배도 같이 오셨어. 함께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그런데 욱이가 할머니와 할아버지 애기를 할 때는 아이들이 눈이 둥그레 졌어요.

“할매가 뭐야?”

“할배가 뭐야?”

아이들은 아무도 할매 할배가 누군지 모르는 듯 했어요. 한 아이가 쪼르르 선생님께 달려가 물었어요.

“할매가 뭐예요?”

다른 아이도 물었지요.

“할배가 뭐예요?”

선생님이 아이들 질문에 웃었어요.

“아아! 욱이가 그랬구나. 욱아, 할매가 아니고 할머니야. 또 할배가 아니고 할아버지라고 해야지. 그 말은 사투리란다.”

아이들이 욱이를 바라보면서 일제히 고함쳤어요.

“사투리? 사투리가 뭐예요?”

“사투리란 서울 사람들이 쓰지 않는 말이란다. 욱이는 저 남쪽에서 왔으니까 그런 말을 쓰지만 곧 고쳐 질 거야. 너희들 쓰는 말처럼.”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설명을 잠간 하고나서 욱이를 보고 조용히 말했어요.

“앞으로 할매 할배를 할머니 할아버지 하고 고쳐 말해요. 어릴 적에 하던 말을 그대로 쓰면 안돼요.”

욱이는 입이 부루퉁해서 대답을 않았지요. 그렇지만 속으로 친구들 앞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해야겠다고 다짐했지요.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그런 얘기를 했지요.

“그래, 앞으로 할머니 할아버지 그래라.”

옆에서 얘기를 듣던 할아버지께서 욱이의 등을 다독거리면서 얘기했어요.

“괜찮다. 혹시 어떤 놈이 할매 할배가 뭐냐고 묻거든 그래라. 할매는 우리 할머니 이름이고 할배는 우리 할아버지 이름이라고!”

욱이도 할아버지 말씀에 손뼉을 딱 쳤어요.

“맞아요. 사투리라고 놀리는 아이들보고 말할 거예요. 할매 할배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이름이라고.”

“그래……. 그러렴.”

“난 할매 할배가 좋아요. 헤헤”

욱이는 동생 혁이에게 말해 주었어요.

“혁아! 너도 어린이집에 가거든 그렇게 말해라? 할매는 우리 할머니 이름이고 할배는 우리 할아버지 이름이라고!”

혁이도 우렁차게 대답했어요.

“나도 그럴 거야.”

욱이는 오늘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할머니께 들려주었어요. 혁이도 금방 따라 불렀어요.

 

- 도깨비 팬티는 튼튼해요 질기지요······.

도깨비 팬티는 더러워요 냄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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