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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

유월이면

by 남전 南田 2007. 6. 30.

유월이면

 

 

해마다 유월이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하지만 마음뿐 실행하지 못하고 만다.

초등학교 5학년 때 6·25가 터졌다. 7월 하순이었던가 8월 초순이었던가 피란 보따리를 가족들이 둘러메고 황망하게 집을 떠났던 때가. 중리에서 기차를 타고 내린 곳이 삼랑진 못 미쳐 작은 역이었고 거기서부터 며칠을 걸어서 김해 시내를 우회하여 둑과 들판을 지나갔다. 안내를 맡은 경찰이나 공무원들이 피란민을 몰아 가서 쉬게 한 곳은 좁다란 강가에 있는 학교 건물이었다. 학교 오른쪽에는 낮은 동산이 있고 그 주변은 김해 평야로 한창 나락이 자라고 있는 논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우리 가족은 운이 좋아 교실 한구석에 자리 잡을 수가 있었지만 조금 늦게 온 사람들은 운동장에 급하게 세워진 초막에 촘촘히 들어앉아야 했다. 피란민수용소는 처음에는 난장판이었다. 질서도 없고 예의도 없고 그저 목청 큰놈이 임금이고 주먹 센 놈이 주인 행세를 하는 듯 했다. 뭔가 배급이 나오면 서로 많이 차지하려고 으르렁거리고 싸움판이 벌어지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니 서로 같은 형편을 이해하게 되고 서로 위로하게 되면서 수용소는 자연스레 이웃이 사는 마을로 되어졌다.

아이들은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강가에 나가 낚시도 하고 메뚜기를 잡기도 했다. 주머니 가득 메뚜기를 잡아 와 소금을 뿌려 볶아 놓으면 훌륭한 반찬이 되었다. 매일 아이는 메뚜기 잡는데 열심이었고 그러다 고무신 한짝을 깊은 수로(水路)에 빠트려 몇 달의 피란생활을 마치고 고향집에 돌아 올 때는 한 발에는 짚신을 한 발에는 고무신을 신고 있었다.

그 모든 기억들이 그곳에 찾아가면 눈앞의 현실처럼 그냥 살아서 나타날 것 같은데.

아직 그곳 마을 이름도 학교 이름도 모른다. 꼭 찾으려면 찾을 수 있을 텐데, 지금이라도 찾아 나서면 찾아낼텐데···· 아직도 찾아 갈 곳이 남아 있는 게 좋아서 미뤄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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