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악연
틈만 나면 시외버스주차장으로 나가는 친구가 있다. 그는 대합실 의자에 앉았거나 구석진 자리에 서서 오고 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취미였다. 전에는 그곳 대합실이 우중충하고 어둡고 뭔가 퀴퀴한 냄새로 뒤덮여 거기 모인 사람마저 오염시킬 듯 하였는데 최근 건물이 새 단장을 해서 산뜻하고 밝고 깨끗한 분위기가 되어 쾌적하기가 백화점에 못지 않다고 했다.
“사람은 제 혼자 살지 못하네. 알게 모르게 인연을 맺으며 산다네. 저기 저 금방 내 곁을 지나간 여인네가 어쩌면 전생에 내 피붙이 였을 수도 있지.” 그런 생각이 들면 그 전생의 연이 좋은 인연이었을 까? 악연이었을까? 다시 고심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 인생은 정말 알게 모르게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엮고 엮이면서 질긴 끈으로 또는 금방 툭 끊어질 실낱같은 가는 가닥으로 이어져 좋게도 나쁘게도 살아간다. 부부로 부모와 자식으로 형제로 고모니 이모니 사촌 팔촌이니 하는 혈연 외에 학교 직장에서는 동문 동창 선·후배, 동료, 심지어 연수 동기에 입사동기에 상사나 부하로, 입대했다 제대를 하면 또 그래서 많은 인연이 생긴다. 그런데 그 좋은 인연들을 악연으로 마감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얼마나 뜻깊게 만나 이룬 가정이란 말인가? 그런데 그냥 이혼이라면 “요즘 이혼이 잦으니까.” 하고 일상적이란 느낌이 들겠는데 그보다 더 한 악연으로 막을 내릴 때는 인간적인 비애를 금할 수가 없다. 최근 가족 간에 일어나는 범죄 같은 배신은 그 동안 살을 맞대고 살아 온 다정한 부부가 아니라 물과 기름, 전연 어울리지 못하고 이해도 없었을 야수를 곁에 두고 키워온 셈이라 섬뜩하고 절망적인 생각이 앞선다.
나와 얽힌 인연이 악연으로만 끝나게 하지 않을 최선의 방안은 나 자신에 달렸는지 모른다. 내가 상대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관심을 기울여 주는 것 외에는. 악연이 악연으로 그치게 않고 좋은 인연으로 맺어지게 하는 것이 그 얼마나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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