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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

황우 이준범 선생

by 남전 南田 2009. 8. 3.

 

 황우 이준범 선생

 

 

황우 이준범 시인은 1921년 2월 15일, 경남 창녕군 유어면 가항리에서 태어났다.

1961년 건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해인 1961년 시집 <황우>(신흥출판사)를 출간하면서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에 앞서 1959년 동아일보에 시, 의미(意味)(1959. 10. 19)를 발표하기도 했다. 10여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으며 서울로 가서 출판계에 투신하였는데 동아출판사 편집부장, 동 공무부장 등을 거쳐 신흥출판사를 경영하면서 많은 문인들과 교유하였다.

시인으로 아동문학가로 또 번역가로 활동하였는데 출판사를 경영할 때 유치환 시인의 자작시 해설 <구름에 가련다>를 출판하는 등 많은 문인들의 저서를 출판하는데 공을 들였다.

그는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펜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현대시인협회 심의의장, 한국아동문학가협회 상임이사, 신문예동우회 부회장, 한국단식보급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고, 시맥, 수필 공륜 동인으로 활발한 문단 활동을 하였다.

그는 고향 창녕의 문학과 문화를 위해 거금을 희사하여 <황우문학상> <황우문화상>을 제정하였다. 그래서 창녕문인협회와 창녕문화원에서는 매년 <황우문학상>과 <황우문화상>을 향토 출신 문인과 문화인을 선정하여 시상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황우>(1961년, 신흥출판사), <탱자나무골>(1963년, 신흥), <추춧돌>(1967년, 신흥), <노루아지>(1979년, 삼인출판사), <잡초속의 해인사 양귀비꽃>(1982년) 등이 있으며, 동시집으로 <팔려간 송아지>, 소년소설집 <코주부 선생님>, 우화집 <공작 꼬리를 빌린 여우>, <이준범 아동문학 전집 · 전5권>이 있고 편저로는 <어린이 동물문학 · 전6권> <동시짓기 공부>, 세계명시선집 <산 넘어 저쪽>, 한국명시선 <님의 침묵>, 번역 소설 <아까이유끼>(1961년, 신흥출판사), <중국미녀담>, <비원 돈황>, <이것이 연애다>외 역사소설 등 다수가 있다.

그의 풍모는 키가 크고 장대한데다 그의 코가 아주 큰 주먹코라 늘 대한민국 대비(大鼻) 클럽 회장이노라 자칭하면서 두주불사(斗酒不辭)하였다. 그는 항상 하얗게 센 장발에 검정 두루마기, 고무신을 신고 다녀서 문단에서 이색적인 풍모를 지닌 사람으로 유명했다. 당시 내노라하는 시인 묵객들과 즐겨 만났고 항상 술에 취한 듯 도도한 언변과 범상치 않은 행동으로 주위의 눈길을 끌었다. 일본에도 자주 갔는데 평상 차림인 검정 두루마기에 고무신 차림이어서 공항에 가 서면 일본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모두가 놀라고 기이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시에 대해서 “내가 좋아하는 시란 일반 대중이 읽어서도 좋다 하고, 소수의 양식인이 읽고서도 그 시속에서 한층 깊은 의미를 음미할 수 있는 시를 말한다. 나는 선명한 이미지에 의하여 응축된 표현체의 시로서, 자아와 사회의 상극에 대한 저항을 언제까지나 시도 하고 있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이것이 두주급(斗酒級)의 호호야형(好好爺型)인 이 시인의 시작상 지론이며 그의 작품 <수난의 자세(자유문학 1962. 6)>, <황송아지(현대문학 1962. 11)> <빈상(貧相) (동상 1963.11)> 등에 이러한 경향이 잘 반영되어 있다. 강인한 생명 의지도 그의 이러한 지론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그 외 발표작으로 시, 조국의 거리(현대문학 67. 7), 5월의 바다(월간문학 70. 5), 이리의 눈(현대시학 70.12) 외에 많이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했다. 또 기교에 앞서 작가정신을 강조하여 보여주려 했다. 시집 <雜草 속의 海印寺 양귀비꽃> 서문에서 그는 ‘나에게 제일 싫어하는 세 가지가 있다면 종교인의 多辯, 서예가의 達筆, 시인의 美文이다.’라고 했다. 그러니 기교를 부려 어렵게 쓰는 시를 멀리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첫 시집 <黃牛>에 실린 시 <황우>를 보면,

 

부지런하고, 온순하고, 불평하지 않고,

타락하지 않고, 비관하지 않고, 아부하지 않고,

시기하지 않고, 이유 없이 반항하지 않고,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 소라고 하지만,

그 소에게서 나는 몇 가지 美德을 배와

自信할 수 있다고 하겠는가.

 

이 시를 보면 황우의 미덕을 통해 삶의 자세를 가다듬고 시를 쓰는 정신을 배웠던 것이다. 그의 시 전체를 흐르는 정신은 불의에 항거하고 정의를 표방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 의로움으로 살아가는 그의 삶이 바로 소탈함과 강직함으로, 시작 상상력을 가지고 표현되어 있다

2004년 1월 24일, 83세를 일기로 서울에서 영면하셨으며, 그의 고향 마을 뒷산에 유택이 있다.

(자료정리 김현우)

* 이 자료는 건국대학교 동문 문인작품집에 수록하기 위한 정리임

 

대표작

 

雜草대로

 

맨드라미는 맨드라미대로

해바라기는 해바라기대로

 

잡초는 잡초대로

이웃과 더불어 살고

 

전쟁 폐허에

풀꽃 하나도 감당 못해

눈물 지우던 친구야

 

잡초는 비굴하질 않으며

단념할 줄도 모르고

 

행여 손님 기다리며

술 마시고 싶으면 슬을 마시고

시 읊고 싶으면 시도 읊으며

잡초는 분장도 모르고

언제나 제자리에 돌아 앉는다

 

가정 걱정 나라 걱정도 걱정이지만

항상 제자리에 불안해하던 친구야

 

오늘은 한 소식이라도 있으라나

하늘 구름 더 높고

산청(山淸)이 더하니

 

강바람에 행구어

새소리 인사성(人事聲)이

그리고 잡초야 네 숨결 소리도

한결 맑아라

 

春雪

 

立春 雨水가 지났는데

밤새 눈이 내렸다

 

마을과 산과 들을 고루 덮지를 않고

적당히 흩으려 놓았다

 

아직 아침 햇살도 퍼지지 않았는데

東向 처마에선 낙수물이 듣고 있다

 

이런 쾌청한 아침이면

옛날 두엄내 짙은 고향에선

유별나게 까치들이 우짖어댔지

 

어제 심술통이 오영감에게 진

슬내기 장기를 두어야지

어쩐지 오늘은 내가 꼭 이길 것 같다

암! 이기고 말고

 

한 소식

 

청산(靑山)을 바라보며

부채질을 하고 있노라니

한 소식 있었다

 

이 소야 부채질을 할려면

땀을 뻘뻘 흐르게 해야지

땀을 흘리는 자에게 복이 오나니

 

晩秋

 

쾌청한 천하(天下) 한 모퉁이에

노박덩굴 가지에

점점이

가을이 빨갛게 익었다

 

대도(大道)에

문이 없으니

 

산청은 신명이 없이

원근이 선명한데

 

바랑을 진 운수승(雲水僧)이

계속 물소리를 거슬러

옆길을 올라가고 있다

 

어머니 고향

 

우리 어머니

고향이 둘이셔

 

우리가 사는

여기도 고향

 

외할머니가 사시는

외가도 고향

 

그래서 우리 어머닌

눈물이 배나 많으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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