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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시와 동시

도깨비동물원(코뿔소의 눈물)

by 남전 南田 2009. 12. 22.

 아래 동화는 마산문협에서 발간한 <마산문인대표작선집2>에 수록된 졸작입니다.

 

동화

도깨비동물원

                                                                                         ♣ 이야기 셋 - 코뿔소의 눈물

 

동물원 한가운데 잔디밭에는 코뿔소 한 마리가 외롭게 서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코뿔소를 좋아했습니다. 모두들 달려와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곤 했으니까요. 신혼여행을 온 신랑 신부들이 가장 많이 찾아 왔습니다. 왜냐하면 코뿔소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예쁘게 단장한 신부가 신랑의 손을 잡거나 또는 안겨서 사진을 찍으며 행복한 웃음을 터뜨릴 때 코뿔소도 마냥 행복했습니다.

코뿔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은 달빛이 아주 밝아지는 밤이었지요. 달빛이 아주 밝은 밤이면 온 몸에 피가 돌고 굳어져 있었던 근육들에 힘이 생겨나면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니까요.

아하 ! 한 가지 빠트린 것이 있어요. 코뿔소는 시멘트로 만든 조각상이라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지 못하였군요.

도깨비 동물원이 처음 문을 열 때 코뿔소도 당연히 들여오기로 하였지요. 그렇지만 그 먼 아프리카에서 배에 실려 오다가 그만 병에 걸려 한국 땅에 도착하자마자 죽어 버렸답니다. 그래서 그 모양을 만들어 동물원 한 가운데다 세워 두기로 한 것입니다. 아쉬웠지만 조각상이 그럴듯하였으므로 동물원 직원들은 죽은 코뿔소인 것처럼 사랑하기로 하였지요.

그런데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동물원에는 살아 있는 짐승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살아 있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코뿔소를 좋아하게 된 것입니다.

도깨비 동물원이 개원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이었습니다.

동물원에 왔던 아이가 부모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엄마가 잠시 먼눈을 파는 사이에 아기가 어디론가 없어져 버렸어요. 부모들은 온 동물원 안을 찾아 다녔습니다. 동물원 직원들도 방송을 하며 찾았지요. 겨우 걸음마를 배워 아장아장 걸어 다니던 아기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입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동물원 안을 엄마 아빠가 헤매고 다니다가 코뿔소 앞에서 아가를 발견하였지 뭐예요. 아가는 코뿔소 등위에 올라타고 좋아라 웃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 아가 !”

“허어 ! 이 녀석이 코뿔소를 타고 싶었군 !”

사람들이 코뿔소를 타고 노는 아기를 보고 웃어 주었습니다.

아기 도깨비 쏠쏘리 짓이었지요. 엄마를 잃고 우는 아기를 달래려고 쏠쏘리가 코뿔소 등에 올려놓았던 것입니다. 쏠쏘리는 아기 엄마가 아기를 등에 태워준 코뿔소에게 고맙다고 여러 번 절을 하는 걸 보면서 즐거워했지요. 좋은 일 한 가지를 했으니까요. 그들 부부는 아기를 안고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여러 번 “고맙다.” “고맙다.” 했습니다.

그 얼마 후에도 아이를 잃어버린 일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아이도 코뿔소 등에 올라가서 놀고 있었어요. 또 헤어져 소식을 모르고 10년 넘게 살던 친구를 코뿔소 앞에서 만나는 일이 있었는가 하면, 코뿔소 앞에서 만난 젊은이가 결혼을 하게 되는 일도 자주 생겼습니다. 자연히 젊은이들이 만나는 장소로 코뿔소가 있는 이곳을 정하기도 하였으므로 코뿔소 주위에는 기쁘고 아름다운 일들이 일어나곤 했습니다. 모두 도깨비들이 한 일이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지요.

“이거 필시 도깨비들 짓이야.”

하도 이상한 일이 자꾸 생기니까 나중에서야 도깨비가 한 짓이라고 떠들었지요. 그래서 더욱 도깨비 동물원이 소문났습니다.

코뿔소 앞에서 신혼부부가 사진을 찍고 가면 잘 살게 된다는 소문이 생겨난 것도 그때쯤이었습니다. 그 바람에 코뿔소 앞에는 신혼부부들이 끊일 새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코뿔소 등에 올라타고 놀기도 하고, 사진을 찍느라 목덜미를 껴안았기 때문에 자꾸 칠이 벗겨지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색깔이 다 벗겨지고 말았기 때문에 다시 칠할 정도로 코뿔소는 나이를 먹게 되었습니다.

동물원 안을 마음대로 쏘다니며 소식을 전하는 쥐돌이가 정말 깜짝 놀랄만한 일을 알아냈습니다. 동물원 직원들의 말을 주워들었기 때문입니다.

“뭐야 ? 그럴 리가 ?”

“정말 이라니깐요. 진짜 살아있는 코뿔소를 들여 온데요.”

쥐돌이의 말에 코끼리가 깜짝 놀랐습니다. 코끼리는 항상 살아 있지도 않은 코뿔소 조각이 살아 움직이는 그들보다도 인기가 좋은 것에 질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쥐돌이의 말에 귀가 번쩍 뛰었습니다. 진짜 살아있는 코뿔소가 온다면 조각 코뿔소야 쓸모가 없을 테니 어떻게 될지 뻔했습니다.

“그거 잘 되었군. 저놈이 저기에 있는 한 우리는 찬밥 신세이라니깐.”

“맞아 ! 잘 되었어. 낡고 더러운 게 꼴 보기 싫었어.”

쥐돌이의 말을 들은 동물들은 모두들 반가워했습니다. 쥐돌이는 마지막으로 코뿔소에게 갔습니다.

“야 ! 코뿔소야. 너 내 말이 들리니 ?”

“.....”

“잘 들어봐. 진짜 살아 있는 코뿔소가 온다는구먼. 이제 넌 쾅쾅 부수어서 내 버린다고 직원들이 말하더라.”

“.....”

“역시 넌 죽어있었던 거로군.”

아무런 대답이 없자 쥐돌이는 싱거워져서 그만 가 버렸습니다.

그날 밤, 달이 아주 밝았습니다. 코뿔소의 온 몸에 피가 돌기 시작하였습니다. 굳어져 있었던 근육에 힘이 돌더니 부드러워져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코뿔소는 천천히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도깨비 쏠쏘리야! 고맙다. 네가 나를 자유롭게 하였구나.”

코뿔소의 말에 쏠쏘리는 손만 흔들어 주었지요.

이튿날 아침, 사람들은 코뿔소가 어디론가 가버린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코뿔소가 있었던 자리에 민들레 같은 노랑꽃이 가득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노랑꽃은 코뿔소의 눈물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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