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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영숙 시집 <사라진 시>

by 남전 南田 2010.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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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마산에서 시를 쓰고 있는 옥영숙 시인의 첫 시집 <사라진 詩>(고요아침)를 읽는다.

 

“걸어서 닿을 수 없는 이 길을

잠들어서 꿈에서도 걸어가고 있다”

라고 ‘시인의 말’에서 밝혔듯이 옥 시인은 시조 쓰기를 잠결에서도 꿈결에서도 놓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제1부 <한 마디>에 ‘환절기’ 등 16편을,

제2부 <기억의 저편>에 ‘건널목에서’ 등 17편을,

제3부 <동백꽃 그늘>에 ‘동백꽃 그늘’ 등 16편을,

제4부 <마지막 유배지>에 ‘폐쇄된 섬’ 등 16편의

시조를 발표하고 있다.

 

이지엽(시인, 경기대 국문과 교수) 님이 쓴

‘사람과 서정으로 풀어낸 예리한 시적 상상력’ 이란 제목의 해설을 읽으면

‘옥영숙 시인의 큰 장점은 뛰어난 서정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으니 그의 시 세계를 잘 알 수 있다.

 

그러니 내가 더 첨언한다면 옥 시인에게 덤터기가 될 터이니 그만 두고 시를 천천히 음미하며 잘 읽었다는 말만 하고,

 

 내가 평소 좋아하는 꽃 능소화를 제목으로 쓴 시조가 있어 올려본다.

 

* 2009년 9월 28일 발행, 111면

* 펴낸곳 : 도서출판 고요아침,  값 8,000원

 

능소화

 

몸담았던 선왕을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후궁으로 접한 길은

점점 지워져가고

두 귀와

발목 저리도록

편전으로 깨금발 했다

 

하룻밤 연정이 남긴

어른대는 곤룡포는

깊은 늪의 아득한 신기루로 손짓해

목숨의 한 점 끝까지

첩첩 채워 넣는 그리움

 

봉할 수 없는 슬픔이

이승의 짐을 벗고

내세(來世)에 소리치며 걸어가는 트인 길은

담장을 봉수대 삼아 봉홧불을 지핀 것이다

 

 

(시인소개)

옥영숙 :

시조시인,

경남 마산 출생,

200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2001년 열린시학 신인상 수상

시집 <사라진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