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창원에서 시작에 여념이 없는 김만수 시인의 시조집 경남시인선/130 <풍경 속에 머문 노래>(도서출판 경남)를 읽는다.
그는 훤칠한 키에 둥글둥글하고 정이 넘치는 인상이라 항상 무골호인으로 보이는 풍모이면서도 또 힘깨나 쓸 만한 큰 덩치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누구나 젊게 보았는데 김 시인이 벌써 칠순이라는 정일근 시인의 발문에 깜짝 놀랐다.
정일근 시인은 웅암 김만수 시인이 자신의 고교 스승이라고 밝히면서 발문을 썼으니 그게 사실인 게 틀림없겠지만 젊음을 잃지 않았던 분이라 나는 잘 믿기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세월이 무상한 가 보다.
칠순 시인의 시조는 여전히 지나온 생에 대한 고백 같으면서도 새롭게 발견하는 오늘에 대한 놀라움과 순수함으로 가득 차 있어 결코 고희를 맞은 시인 답지 않게 시는 젊고 신선하다.
평설 <풍경의 노래, 노래의 풍경>(정일근 시인)에 ‘인연이 길을 만들어’ “이번 시집의 큰 주제는 <길>인 것 같다.”고 했는데
길이란 게 과거에 걸었던 길도 있겠지만 길이란 앞으로도 걸어야하고 지금도 나아가야하는 언제나 새롭고 신선한 나아감을 인도하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따라서 그가 노래한 많은 풍경들이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길 위의 풍경이라고 정 시인은 말하고 있다. “순례의 발자국이 멈추지 않는 한 선생님의 노래는, 선생님이 만나는 모든 풍경에 생명을 주는 건강한 노래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의 고향 창원, 사라진 많은 옛 풍경과 여행을 하며 만났던 풍경에 대한 음미는 곧 바로 자신의 살아온 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김 시인도 머리글에서 “일상 작품 활동을 하면서 ‘나의 빛깔과 향기가 묻어나는 글’, 다른 사람에게 조그만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을 늘 마음에 새겨왔다.”고 털어 놓는다.
* 2010년 1월 10일 발행, 127면
* 펴낸곳 : 도서출판 경남, 값 8,000원
마음에 드는 짧으나 결코 짧지 않은 의미심장한 시조 2편을 다시 읽어 본다.
석류
한여름 햇살들이
보채고 떠난 자리
뜨거운 몸부림이
너를 하나 남긴 흔적
붉어라
가슴을 열고
맨몸으로 익힌 사랑.
立冬
포도로 지는 잎새 계절이 또 무겁다
찡- 울리는
불로 타는 울음
가슴 가득 담기다가
든든히
나목(裸木)을 드러내어
순교(殉敎)로 굳어진다.
(시인소개) 김만수 :
호 웅암(熊岩), 일본에서 출생해 고향 창원에서 성장,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문예한국 시조 천료.
시집 <또래들의 목소리)(공저), <지울 수 없는 쉼표>, <순례자의 노래>, <풍경 속에 머문 노래> 외,
창원문협 회장 역임, 가락문학회장, 경남문협 이사, 한국펜클럽, 경남시조시인협회 회원, 고교 교직 35년
김만수시인 부부 모습
'문학지펼쳐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관호 동시조집 <꼴지 해도 좋은 날> (0) | 2010.02.13 |
---|---|
김종두 시집 <아침햇살 머무는 자리> (0) | 2010.02.03 |
이재기 에세이집 <빵으로만 살진 못한다> (0) | 2010.01.20 |
윤세희 시집 <청산에 살리라> (0) | 2010.01.19 |
경남수필(36, 이천구년) (0) | 2010.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