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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농민, 농사꾼이면서 시를 쓰는 김종두 시인은 정말 농부 시인이라 할만하다. 그는 평생을 땅을 갈고 파서 나무를 심고 가꾸며 시를 공부하고 그러다 시집을 세 권이나 냈다. 이번에 낸 제3시집 <아침햇살 머무는 자리>(경남시인선 131)도 두 번째 시집을 내고서 9년만이다. 그러니 그의 시가 얼마나 정갈하게 바람과 햇살에 닦이고 맑아 졌는지 시집을 펼치자마자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 시인도 <저자의 말>에 그랬다. “시인과 농부라는 말이 어쩌면 나를 두고 하는 말인가 싶다. 젊은 시절 사오 년간 짧은 공직에서 벗어나와 흙속에 뛰어든 것이 영원한 농부가 되었”다고 했다.
경남에는 내가 알기만 해도 농부 시인이 많다. 창녕 남지에서 비닐하우스 온실을 하면서 시를 쓰는 신용찬 시인(경남문협 이사), 창녕 계성이라는 곳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용문(한국펜 회원) 시인도 자칭 농꾼 시인이다. 소개하자면 끝이 없겠으나 그만 줄이고·······.
시집에는 제1부 ‘십자가에 걸린 달’에 본심(本心) 등 28편,
제2부 ‘꽃잎의 사랑’에 장미 등 24편,
제3부 ‘사랑의 영혼’에 밤비 등 17편,
제4부 ‘강가에 앉아’에 새벽 별 등 18편 등의 시가 실려 있다.
채수영(시인) 문학비평가는 평설 <자연과 시심의 일체화>에서 “시인은 곧게 사는 사람이라 했다. 농부 역시 한 톨의 씨앗으로 소득을 올리는 점에서는 농부와 같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언처럼 콩은 콩이 되고, 팥은 팥이 되는 정직(正直)을 심고 거둔다.”고 김 시인을 평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종두 시는 포근하다. 이런 기류는 그의 삶의 모습을 나타내는 점에서 근사점을 갖는다. 그리고 조용한 정적(靜的)인 미감이 은근미를 유발한다.”고 하였다.
김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가지게 되는 느낌은 동심을 깨우치는 시가 많다는 점이었다. <산골 오솔길>은 한 편의 동시였다. <단풍>, <어머니 생각 1> <파랑새> <나의 수채화> <바람부는 언덕> 등 많은 시들이 고운 시심을 나타내는 시이면서도 동시로 읽혀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읽어줄 좋은 동시들도 많이 창작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늙으면 손자들을 위해 동심을 지닌 시들을 많이 쓴다지 않은가. 요즘 유명 시인들도 동시집을 내는 일이 흔해졌으니 말이다.
* 2010년 1월 30일 발행, 152면
* 펴낸곳 : 도서출판 경남, 값 9,000원
농부 시인 다운 시 한 편을 읽어 보고자 한다.
시인의 땅
봄 햇살
이랑 긴 밭에
오래 머물러
농부는 씨를 뿌리고
시인은 시를 거둔다.
바람이 흰 구름을
밀어내고
낮달이 노 저어 가면
저녁노을 내려와
쉬고 가는 자리에
매화꽃 활짝 피어 향기롭고
밭이랑 끝에서는
시인이 걸어오고
농부가 걸어오고``````
(시인소개)
김종두 : 호 운경,
경남 창원 출생,
『문학세계』시 신인상 수상 등단,
한국문협,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경남문협, 창원문협 회원.
가락문학회, 남도시문학회 회원.
시집 <새벽이 열릴 때>, <바람과 구름이 스쳐간 자리>, <아침햇살 머무는 자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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