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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시와 동시

김현우 동화 / 깜짝놀래 박사님

by 남전 南田 2011. 7. 24.

 

 

 

동화

깜짝놀래 박사님

김현우

 

새둥지마을에서 제법 떨어진 언덕위에는 깜짝놀래 박사님의 발명품이 가득 있는 연구실이 있지요. 그 입구에는 커다란 간판이 떠억 버티고 서 있었어요.

『우주자원』

글자가 아주 크고 파란 하늘색이라서 멀리서도 그것을 읽을 수가 있었어요.

“저, 저곳이 뭐 하는 곳이요? 건물이 큼직하구먼.”

“어? 정말 로켓이 서 있는데? 혹시 우주항공국 같은 곳 아니요?”

“정말? 비밀기지 같은 곳인가요? 인공위성을 만들거나·····.”

가며오며칼국수 집을 드나드는 손님들은 곧잘 로켓 모형이 서 있는 언덕위의 건물에 대해 궁금해 했어요. 건물 지붕에는 검정 태양열집열판이 가득 있어서 더욱 과학기지 같았어요. 가며오며칼국수 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다가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물으면 새둥지 마을 아이들은 한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깜짝놀래 박사님 연구실이예요. 깜 박사님이 만드신 발명품들이 그곳에 가득해요.”

“우주선도 있어요. 나라도의 우주센터에 있는 그것보다 조금은 작아도 꼭 같은 게 있다니까요.”

“하아! 그래서 우주자원이고만.....”

아이들 얘기를 듣고서 새둥지마을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정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런 비밀 연구실이 그곳에 있고 우주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머리가 허연 유명한 박사님이 여전히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고 믿었지요. 사실 언덕위에는 번쩍거리는 우주로켓 모형이 높다랗게 서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가며오며칼국수 집 사장이나 새둥지마을 어른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면 그 대답이 아이들과는 아주 달랐어요.

“비밀기지라니요? 거기 별 볼일 없는 곳이요. 우주하고는 전연 상관없어요. 간판이야 우주자원이지만······. ”

“박사님이 살기는 살지요. 대학을 다녔는지 소학을 다녔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유식한 영감님이 매일 뚝딱거리며 과학 발명품인지 아이들 장난감인지 뭘 열심히 만들며 삽니다.”

“저기 사장 영감이 고물을 끌어 모아 큰돈을 벌었다는데······. 한마디로 하자면 고물수집상이었죠. 저곳이 부지 면적만도 수천 평이 넘지요.”

“땅 부자이시군요.”

“암요. 부자라고 소문이 났지요. 지금 고물상은 그 아들이 운영을 하고 있고 아이들이 말하는 깜짝놀래 박사님은 그냥 저기서 뭔가 열심히 만들지요. 뭐라나? 사람들을 깜짝 놀래줄 발명품을 만든다나 뭐나······.”

“어디 구경 할 수 있나요? 우리 애들이 참 과학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럼! 그럼요! 얼마든지 견학할 수 있답니다.”

새둥지마을 사람들이 누구든지 찾아갈 수 있고 발명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고 대답하는 거예요.

“아빠! 우리 당장 가요. 나로도우주센터에 있는 로켓이 있다는데!”

“엄마! 과천 국립과학관도 못 가봤는데 저기 구경 가요.”

옆에 있던 방방뛰뛰 아들과 희뜩새침이 딸이 아빠 엄마의 물음에 맞장구를 쳤어요.

“아아, 그러면 가 보세요. 가서 보시면 알겠지만 깜 박사님은 아이들은 크게 환영한답니다.”

그래서 승용차들은 우르르 우주자원을 찾아 올라가보지요. 큰 호기심에서.

우주자원 입구는 넓고도 번듯하게 포장이 되어 있었고 울타리도 광나무와 장미덩굴로 둘러싸였고, 편백나무와 산딸나무가 보기 좋게 자라고 있었어요. 철문 양쪽 기둥에는 능소화 굵은 줄기가 타고 올라가 크고 빨간 꽃을 피우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들어서자마자 눈에 뜨이는 것은 거대한 고철 더미였어요. 주자장 옆에는 공장에서 실려 왔을 듯한 쇳조각, 찌그러진 자동차 몸통, 쇠파이프, 철근, 공사장에서 흔히 말뚝으로 쓰이는 빔, 한쪽에는 하얀 주방 용기들, 쓰다버린 스텐 쇳조각들이 무더기무더기 쌓여있었지요.

“어어? 진짜 고철을 수집하는 곳이구먼!”

엄마 아빠는 실망해 곧 되돌아 갈 작정이었지만 방방뛰뛰와 희뜩새침이 같은 아이들은 녹슨 고철 더미 저쪽에 하얗게 번쩍거리며 서 있는 로켓을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달려갔어요. 그러면서 고함을 질렀어요.

“야! 로켓이다!”

“나로호다!”

하는 수 없이 아이들을 따라 어른들도 ‘뭐가 있나?’ 하고 주춤주춤 고철더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 가보았지요. 고철 더미를 지나니까 나무들이 많이 자라는 넓고 파란 잔디밭과 큰 공장 건물 같은 게 나타나고 그 마당에는 정말 로켓이 하늘로 향하고 버티어 서 있었지요.

로켓은 번쩍번쩍 햇빛을 받아 빛이 나고 생김새도 텔레비전에서 본 나로호와 똑 같았어요.

방방뛰뛰는 벌써 로켓 발사대에 올라섰고 아이들은 기뻐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어요.

“엄마! 이거 진짜야! 진짜 나로호야!”

아이들의 환호에 큰 건물에서 사람이 나왔어요. 진짜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였어요. 정말 말로만 듣던 깜짝놀래 박사님이 틀림없었어요.

“어어! 친구들! 안녕!”

깜 박사님은 크게 웃음소리를 내면서 아이들에게 손을 크게 흔들어 보였어요. 깜 박사님은 뭔가 만들다 나왔는지 기름때가 묻은 작업복 차림이었어요. 손에는 작업할 때 끼는 두꺼운 가죽장갑이 들렸고요. 희뜩새침이가 먼저 달려가 인사했어요.

“깜짝놀래 박사님! 안녕하세요.”

방방뛰뛰와 아이들도 반갑게 인사를 하며 한마디씩 했지요.

“우리 저 아래 길을 지나다가 로켓을 봤어요.”

“그래서 구경 왔어요. 이거 진짜 맞아요?”

“암암! 내가 열심히 설계도를 만들고 뚝딱뚝딱 내 손으로 만들었으니까······ 가짜는 아니지!”

깜 박사님은 하얀 수염을 쓰다듬으며 어떻게 나로호 로켓을 만들었는지 얘기해 주었어요.

“이거 하늘로 쏘아 올릴 거예요? 우리 나로호는 지난번 실패를 해서 너무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하하하! 요 놈은 기름만 가득 채우면 쒸웅! 하늘로 올라가고말고!”

“저어기 맨 꼭대기에 인공위성을 실고요?”

“암! 인공위성도 실고,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선이 될 테니까 우주인도 타고 말이야.”

어른들은 옆에서 듣고 있다가 ‘그런 엉터리 소리 마세요.’ 하려다가 아이들이 하도 깜작놀래 박사님의 말을 잘 듣고 있으니까 참고 말았지요. 깜 박사님이 얘기했지요.

“곧 우리 손으로 만든 로켓이 하늘로 쏘아 올라가는 것 꼭 성공할 거야. 우리 과학자들이 지금 무지무지하게 열심히 연구하고 있거든.”

“박사님 후배들이죠? 나로도우주센터 연구원들 말예요.”

“허허허! 그렇다고 해 둘까? 자자 로켓 안에 들어가 볼 수 있단다. 조심조심 올라가야 해.”

깜 박사님은 로켓 문을 열고 아이들을 안으로 들어오게 했어요. 로켓 안에는 제법 높이 올라갈 수 있게 빙글빙글 돌아가는 사다리 계단을 만들어 놓았어요. 아이들은 엉금엉금 층계를 올라갔어요. 맨 꼭대기에 조그만 창이 있었는데 밖으로 내다보니 새둥지 마을도 보이고 벼가 자라는 검돌개 들판도 환히 보였어요. 넘실넘실강과 더 멀리 푸른솔밭산도 환하게 볼 수 있지요.

“자, 어때? 로켓을 타 본 기분······.”

“엄청!”

“최고예요!”

방방뛰뛰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지요.

“자자, 내 연구실을 구경시켜주마. 위험한 것들이 안에 많으니 절대 물건에 손대지 말고 조심해야 돼.”

깜 박사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어요.

공장안에는 여러 가지 기계들이 있었어요. 금방 만들고 있는 것이 전기를 만드는 기계라고 설명을 해 주기도 했어요. 방방뛰뛰는 과학시간에 태양열 발전에 대해 배웠으므로 깜 박사님이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어요.

“이건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란다. 사람들이 요새 전기를 얼마나 많이 쓰는지 알지? 원자력 발전이 좋기도 하지만 이번에 터진 일본대지진 때 원자력발전소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알았겠지?”

“알고말고요. 그렇지만 전기는 있어야 돼요.”

“아껴 써야 돼.”

희뜩새침이와 아이들이 한마디씩 제 의견을 말했어요.

깜 박사님이 그때 그랬어요.

“나는 그래서 요새 어떻게 하면 전기를 값싸게 많이 쉽게 만들 수 있을까 하고 연구 중이야. 태양 에너지는 무궁무진하거든. 사람이 잘만 이용하면 태양에서 전기를 얻을 수 있는데……. 지금 여러 곳에 시설돼 있는 집열판, 솔라라고 하지····· 그 장치를 시설하려면 엄청 큰돈이 들어간단 말이야. 비싼 전기는 안 돼.”

깜 박사님의 열성적인 설명에 방방뛰뛰나 아이들은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였고 어른들은 깜짝놀래 박사님의 말씀이 도통 엉터리만은 아니라고 인정했지요.

희뜩새침이와 아이들은 깜 박사님이 만들었다는 여러 발명품들을 둘러 봤어요. 적은 힘으로 가는 자전거, 볼록거울로 만든 솥, 마음대로 가는 앞뒤가 없는 자동차, 사람 힘으로 작동하는 기중기, 작은 손이 여러 개 달린 포클레인, 크고 작은 기계나 모형이 많았어요. 깜 박사님은 친절하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도하고 움직여 보이기도 했어요,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들도 있었지요.

“깜 박사님이 이걸 전부 다 만드셨어요? 우리나라 발명가 에디손이네요.”

“그럼 그럼. 내가 설계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뚝딱뚝딱 두드리고 쇠를 구부리고 용접도 해서 만들었지. 내 어릴 적 꿈이 인류를 깜짝 놀래줄 발명품을 만드는 과학자가 되는 거였거든. 과학이란 엄청난 상상력이 좌우하지. 깜짝 놀래줄 발명품은 바로 꿈에서 나온단다. 너희들도 우주로 날아가는 꿈을 꾸어야해.”

“나도 우주인이 되고 싶어요.”

방방뛰뛰가 힘차게 소리쳤어요. 아이들도 한 목소리로 깜 박사님의 의견에 따르며 박수를 쳤어요. 그때 밖에서 아이들이 새처럼 재잘거리는 듯 해맑은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열 명도 넘는 유치원생들이 나타났어요.

“자자, 귀한 손님들이 왔구만. 저 애들은 로켓도 좋아하지만 내 발명품 자동흔들이를 타는 게 더 재미있다는 군.”

우르르 유치원생들이 자동흔들이 쪽으로 몰려갔어요. 놀이터에 가면 있는 흔들의자처럼 생겼는데 전기를 넣으니까 앞뒤 좌우로 흔들리면서 빙빙 돌아가고 아름답고 즐거운 동요가 흘러 나왔어요.

구경을 마친 방방뛰뛰와 아이들이 우주자원을 돌아 나오면서 깜짝놀래 박사님께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했어요.

“에디손 할아버지, 깜 박사님 또 올게요!”

“우주로 로켓 쏘아 올릴 때 꼭 연락주세요.” *****

 

(PEN문학 2011. 7`8월호에 수록)

 

 

 

 

동화가 수록된

PEN문학 2011. 7`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