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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

마산소설문학사(명형대)

by 남전 南田 2009. 12. 26.

 

 

마산소설문학사(명형대)

 

2009년 11월에 발간된 <마산문인대표작선집(전3권)> 는 <회원 산문편>인데 그 중 <마산산문문학사>를 임신행(아동문학가), 하길남(수필가, 시인), 명형대(평론가, 경남대학교 교수) 등 세 분이 각각 아동문학(p406~) 수필(p449~), 소설·평론·희곡(p474~) 등에 관한 문학사를 집필하였다.

그 내용 중 일부만 발췌하였다.

 

<마산소설문학사>(명형대)에서(p486~489)

 

······전략

 

* 김현우(1939~)

김현우는 창녕군 남지읍 남지리에서 태어나 남지중고등학교를 마치고 감리교대전신학대학을 중퇴하였다. 26세에 장편소설『하늘에 기를 올려라』(1964)가 학원 문학상에 당선되었고 장편소설 『갈대의 노래』(1965)가 기독교방송 작품모집에 당선되었다. 초기에 동화를 중심으로 활동하여 동화집 『산메아리』등 여섯권을 발간하였고, 이후 소설에 매진하여 소설집으로 『욱개명물전』(1995), 『먼 산 아지랑이』(1996)를 발표한 바 있다.

 

소설가로서의 그의 작품은 초기 『욱개명물전』에서와 같이 전통적인 풍속과 일상적인 일들을 배경으로 하여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주변적인 인물들의 삶을 다루었고, 1990년대후반부터 ‘황혼기 소설’을 주요 테마로 하여 급1변해가는 산업사회에서 말년을 맞는 인간의 정체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의탁」은 나이가 들어 직장에서 물러난 퇴직자들에게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노년기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교장으로 정년을 맞은 장선생이 그를 에워싸고 있는 변화된 상황에 자신이 스스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모색하고 또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며 불가능한가를 보여준다. 결국 그는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자식에게 자신의 몸을 ‘의탁’하지 않을 수 없는 놓이게 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얻게 되는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늙음에 대한 비애와 노년에 대한 이해이다. 좋은 소설, 잘 쓰이어진 소설이란 그 주제의 깊이나 의미심장함이 결국은 어떠한 서사 전략을 취하여 독자의 가슴에 강한 울림을 줄 수 있는가 하는 데 있다. 「의탁」은 극적 긴장을 조성하는 허구적 사건보다 주인공 장선생을 초점 인물로 하여 장선생의 의식세계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회상의 형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말은 일차적 이야기가 소설의 거푸집을 형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하나하나의 사건(모티브)은 연상에 의한 장선생 생각이나, 파편화된 과거사와 연결된 회상 중심의 병렬체로 구성, 서술되고 있다.

 

(1) 어느 날 아침 장선생이 초교장의 부음을 듣고는 최교장과 관련한 일상의 일들을 회상한다.

(2) 오후에 병원에 안치된 최교장 영안실을 들러서 ‘낙강회樂崗會(퇴임교사모임)’ 회우너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3) 최교장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 낙강회 회원들과 찻집에서 침울하게 시간을 보낸다.

(4) 저녁에 큰딸이 음식물을 준비해오고 저녁 식사를 준비해놓고 간다.

(5) 밤 11시 갑자기 배가 아파(요로 결석) 자식들이 몰려오눈 등 한바탕 난리를 치른다.

 

미시적인 주제의 의미를 생성케 하는 것은 최교장의 죽음을 축으로 하고 있는 장선생 자의식이며, 서술자가 연상의 형식으로 연계시키고 있는 장선생의 일상사이다. (1)에서의 회상, (2)의 영안실에서 나누는 대화, (4)에서 자식들과의 관계가 그것들이다. 이러한 모티브들은 죽음에의 두려움, 시간 보내기, 노인의 성, 거취 문제 등으로 조제를 구체화한다.

 

장선생은 아침에 받은 전화 때문에 영 기분이 좋지 않다.

··· 이젠 내 차례야.

 

장선생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떨쳐버릴 수 없는 생각이 ‘이젠 내가 죽을 차례’라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퇴직자끼리 모여 낙강회를 만든지도 5년, 그 사이 일여덟 명의 낙강회 회원이 셋이나 세상을 떠났다. 최교장의 죽음은 그 다음 차례가 바로 장선생 자신일 것이라는 생각이 그를 억압한다. 즉음에의 의식, 무의식은 식욕마저 잃게 한다. 퇴직 이후 장선생이 지키고자 마음으로 다진 그의 삶의 자세는 ‘즐겁게 살기’, ‘경로당이나 노인회관 밟지 않기’, ‘자식에게 의탁 않기’이다. 그러나 노인의 삶이 그렇듯이, 회상 속의 대화는 극적인 느낌보다 한풀 꺾인 생의 페이소스를 안겨다준다. 더구나 대화는 애초부터 사건을 끌어가는 극적인 현장성보다는 ‘낱말 퀴즈의 신조어’ 풀이나, ‘야구 구경’의 물가능성, ‘장선생의 재혼’ 등 일상을 설명하거나 예증하는 기능으로 쓰이고 있다. 결국 이 소설은 자식에게 기대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되는, 제목으로 내세운 ‘의탁’ 이야기를 끝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의탁이 아니라 한계상황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죽음으로 다가가는 노인의 삶을 ‘회상의 형식’으로, 그리고 그러한 모티브들을 병열적으로 형상화하여 에세이 취향을 돋우고 있다는 점이다.

 

소설의 주제와 형식이 행복한 만남을 이루고는 있지만 그것 때문에 이 소설은 욕심 없는 소품으로서 노년의 삶을 소박한 이야기 차원으로 한정한다. 소품으로 남게 되는 까닭은 소설 갈래가 서사적 갈등의 긴장을 소설 구성의 핵심적 요소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 후략(나와 관련된 부분만 발췌하였다)

 

<필자소개> 명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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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학교 국문과를 졸업, 국문학 석사, 박사 학위

- 현재는 경남대학교 국어과 교수로 재직
- 2004년 경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원장

- 주요 논문으로는 '한국 모더니즘 소설의 공간성 연구','박태원 소설의 공간시학','김동인의 붉은 산 연구' 등 다수

- 경남문인협회 회원, <경남문학> 편집위원

- 평론집 <소설 자세히 읽기>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