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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숙 시집 <조각보 건축>

by 남전 南田 2010.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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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마산에서 수필가로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인숙 시인의 시선집 <조각보 건축>을 읽는다.

보기 드물게 하드카바 양장본에 또 보관용 표지가 따로 있는 귀한 시집이었다.

오래 동안 시와 수필을 써 온 원로문인답게 작품 한 편 한 편이 무게 있고 완벽하다 할만한 작품들이 이 시집에 담겨 있다.

서 시인은 자서 “유물의 미, 시학적 탐구”에서 ‘선조들이 남기고 간 유물들에 매혹되어 능력껏 수집해 왔다. 민속적이며 예술적인 것뿐만 아니라 역사적, 미학적, 기하학적인 조형미에 빠졌다.’라고 평생을 유물 수집에 힘써 온 것을 밝히면서,

‘토기, 백자, 목각, 자수, 청동기, 와당, 민화, 떡살 등을 회화적 입체적 미학적 음악성으로 표현하여 나의 시 세계를 구축하고 싶었다.’고 고백하면서 ‘그동안 엮었던 몇 권의 시집 속에 버리기엔 아깝고 잊기엔 아쉬운 시를 골라 시선집을 엮기로 하였다.’고 하였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을 읽어보면 그의 모든 시가 백자처럼 고운 빛깔을 지닌 시라고 말하고 싶다.

 

시집은 4부로 나누어,

(01) 새벽 등 17편

(02) 부채 등 17편

(03) 쌍계사 우주폭포 등 16편

(04) 꽃이 열매를 맺을 때 등 15편의 시가 실려 있다.

윤재근 문학평론가(한양대 명예교수)의 작품해설 “시(詩)의 도(道)와 기(器)가 갈마들다”에서,

“서 시인의 많은 시들이 시가(詩歌)의 상도(常道)를 벗어나지 않고자 시가의 도기(道器)가 갈마들게 말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처럼 시인 서인숙은 우리네 시가의 본래 면목을 외면하지 않아 오래오래 숨쉴 시편들을 많이 낳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 2010년 4월 25일, 112면

* 펴낸곳 : 동학사 값 55,000원

 

많은 작품들 중 그 중 한 편을 올린다.

 

                          분원 항아리

 

가슴에 꼭 묻으면

어머니 품속 같아

따스하나 서러운 이별이

아픔으로 전해 오는 전신

 

하얀 색의 여백을 둔

청화 함박꽃,

조선의 여인이다

여인의 치맛자락이다

 

소쩍새가 울고 간 솔잎에

송송이 맺힌 이슬 같은 피부

살결이 꿈틀거리는 외로운 여운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다

 

차마 흙에 묻힐 수 없어

여인의 손끝에서 전해 온 삼백 년

하늘 가득 채우고

울음 가득가득 채워라

 

<시인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