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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남 시집 <이상(李箱)의 똥>

by 남전 南田 2010.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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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마산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하길남 시인의 시집 <이상(李箱)의 똥>을 읽는다.

 

하 시인은 수필가이자 평론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데 시집 끝에 해설 겸하여 평론 “性的 遊戱 ‘개치기’” - 이 상의 「오감도」詩 제1호에 대한 해석- 을 실어 이 시집의 제목과 성격을 들어내고 있다.

 

시인의 머리글인 <시인의 말>을 읽으며 그의 문학세계를 얼핏 알게 한다.

“세 번째 시집을 펴낸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동시를 써서 친구들 앞에서 낭송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불조심에 대한 작문을 써서 전교 장원을 했으니, 수필 쪽보다 시 쪽에 더 용심이 컸는지 모를 일이다.”

 

이 시집에는

제1부 가난한 시 /가난한 시 등 19편,

제2부 목욕탕에서 /목욕탕에서 등 19편,

제3부 이상의 똥 / 이상의 똥 등 19편,

제4부 춘향 / 종점 등 15편이 실려 있다.

 

* 2010년 3월 30일 발행, 127면

* 펴낸곳 : 세손출판사, 값 7,000원

 

 

 

표제시 “이상의 똥”을 읽는다.

 

이상의 똥

-‘시는 놀이다’ 김춘수

 

수덕사 쪽에서 불어오던

바람소리는 무슨 색깔일까

그런 맥(脈) 읽기도 이제 관심이 없다

다만 잠이 오면 숲속에서 잠이나

자지

하느님이 얼마나 심심했으면 천당이나

지옥까지 생각해냈겠는가

무시무종(無始無終)이라

담쟁이넝쿨에 기어오르던 유둣(流頭)물

석가님은 또 얼마나 적적했으면

죽음도 삶도 원대 없다고 했겠는가?

자애로운 미소만이 영원을 살아

보지

사상의 불쏘시개는 쥐뿔이다

문득, 달밤에 입덧 난

죄 없는 동백꽃들.

옥류산 너머 뜨개질하던 구름도

마냥 오고가던 기침소리.

죄는 쾍! 심심파적(心心破寂)

낙타는 원래 간(肝)이 없었다

이상(李箱)

    의

    똥.

<시인소개>

하길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