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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전과 함께

소설100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 제12장 후문後聞(1)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 제12장 후문(後聞) (1) * 우왕의 유 신돈당(宥 辛旽黨) 시해 모의 익명 투서 사건이 엉터리임을 뻔히 알았을 수시중(守侍中) 이인임은 신돈과 같은 역당으로 몰리지 않으려고 김속명의 역변 고변을 변호하지 못했다. 좀 야박하지만 몸을 사린 것이다. 대세에 따른 그는 잠시 낮은 자리로 좌천당했으며 모르는 척 방관해 자리를 유지하다 3년 후 공민왕이 죽자 3일 만에 태후에게 왕우가 궁인 한씨의 소생으로 왕손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여 왕으로 등극시키고 후견인으로 다시 수시중에 올라 섭정으로 정권을 잡았다. 우왕 등극 20여 일이 지나지 않아 전국에 축하 사면령을 내렸다. 죽은 공민왕의 장례도 치르기 전이었다. 그때 신돈과 당여(黨與:관련자들)의 특사도 함께 단행했다. 아주 빠른 조처였.. 2024. 5. 8.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 제11장 파국, <空>이로다(6)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 제11장 파국, 이로다(6) * 모니노 입궁과 공민왕의 최후 강반야가 모니노를 수태하게 된 사실을 신소봉 내관과 함께 처음부터 소상하게 알고 있는 시중 이인임에게 왕자를 입궁시키라 명했다. “시중! 이제 원자를 궁으로 들였으면 하오. 전날 신 내관이 궁인이라면서 과인의 침방에 들여서 시침을 하게 한 아름다운 여인에게서 원자가 태어났으니…….” “아아! 그런 일이 있었지요. 그때 전하께서 왕비님의 서거로 비탄에 잠겨 그만 궁 밖에 버려두었습니다만…….” “신 내관이 그랬지. 그 궁인이 아들을 잘 낳을 여자라고 왕사가 그러면서 추천했지요.” “돌아가신 왕비님과 비슷한 시기에 수태 소식이 있었지요.” “이제 그 원자를 궁에 들여 가르치면 걱정이 없겠어.” 이인임은 왕의 명에 즉시 궁 .. 2024. 4. 20.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 제11장 파국, <空>이로다(5) 제11장 파국, 이로다(5) * 피바람에 스러진 사람들 잘려진 신돈의 목은 개경 동문에 걸렸고 사지는 여러 곳에 조리돌림을 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편조가 수계 받았던 비슬산 옥천사는 대역 죄인의 소유라 하며 저택(瀦宅)으로 불 지르고 못을 파서 흔적도 없이 파괴되었고 역당으로 몰린 동생 신순과 신귀, 강성을을 비롯해 도당으로 지목된 수십 명이 한 달 사이에 유배되거나 죽임을 당했다. 낙산사에서 왕자의 축원을 지어 관음보살상에 바친 오일악 정방소경은 아부해 벼슬을 얻었다고 유배되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지낸 사람까지 신돈의 당여로 몰려 처형당했으니 대략 62명이 되었다. 공민왕의 잔인한 성품이 그대로 드러난 냉혹한 처결이었다. 참수당한 신돈의 목이 개경 동문인 숭인문에 걸렸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시중에 .. 2024. 4. 2.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 제11장 파국, <空>이로다(4)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 제11장 파국, 이로다 * 파국, 이로다 이튿날 아침, 임박은 사령을 보내 수원부 외딴곳 적소에 감금되어 있던 신돈을 데려오게 했다. 신돈은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임박이 수원부 현청에 와서 그를 부른다기에 이제 살길이 생겼다 하고 안심하고 사령을 따라나섰다. 그러나 현청에 당도하자 마당에 형구가 차려져 있고 사형수의 목을 치는 망난이가 크고 무거운 귀두도를 들고서 버티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사형수가 셋인지 망난이도 세 명이 칼을 들고 서 있었다. 벌써 사형수 두 명은 목을 움츠리고 앉아 있었다. 신돈은 그 광경에 아연해 지고 말았다. “아아! 업보로다. 전하가 나를 버렸구나!” 임박이 대역 죄인 신돈을 참수한다는 교지를 담담하게 읽어 내려갔다. 임박은 신돈이 왕을 시해할 음모.. 2024. 3. 20.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 제11장 파국, <空>이로다(3) 제11장 파국, 이로다(3) * 신돈의 참형과 당여의 처벌 유배를 간 신돈을 뒤따라 가서 죽이라는 왕명을 받은 찰방사 임박과 체복사 김규(金㺩) 등은 수원부로 갔다. 임박은 전에 신돈이 큰 덕을 지녔다고 하며 적극 지지하고 따랐으며 신돈도 그를 좋아하였다. 전민추정도감의 책임을 맡겨 판결하게 했으며 성균관 재건에 함께 힘쓴 신돈을 크게 미워하지 않았으므로 좀 떨떠름한 심정으로 수원부로 내려갔다. 수원부사(水原府使) 박동생(朴東生)은 평소 신돈의 개혁을 지지하고 있었던 인물이라 둘에게 울먹이며 하소연했다. “아아! 전하께 충심을 다해 보필했는데 죄를 묻지도 결백을 밝히려 않고 죽이라 하다니요. 그런 법이 어딨소?” 따라갔던 이성림(李成林)이 나무랐다. “투서에 지목했던 공모자가 다 시해 음모를 실토해서 대.. 2024. 3. 7.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 제11장 파국 <空>이로다(2)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 제11장 파국 이로다(2) * 불사른 왕의 맹서(盟書) 왕이 임박 앞에 내놓은 신돈과의 맹서는 진작 알고 있었다. 왕은 다시 다짐하듯 말했다. “이게 뭔지 아시오? 과인이 첨의를 처음 만나 썼던 맹서요.” ― 師求我 我求師 生死以之 無惑人民 佛天證明” 임박은 종이를 펼쳐보았다. 임박은 무표정하게 맹서(盟書)를 읽으며 아무 말이 없었다. 왕은 중얼거렸다. “들으니 첨의가 부녀자들과 사통하고 첩이 여러 명이고 자식까지 있다 하오. 또 집이 일곱 채나 된다 하오. 과인과의 약속을 어긴 작태가 여러 가지요. 이 맹세문에 그런 죄상을 적시하지도 않았소.” 왕이 신돈을 죽이려 작정하고 임박에게 죄를 이야기할 때 신돈의 음행이나 부정부패를 질책하는 말을 했을 뿐이었다. 반역과 관련한 언질이 .. 2024.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