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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전과 함께

소설100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 제4장 행각승 편조의 길(2) 제4장 행각승 편조의 길(2) * 오도재 산적을 만나다 그 시절 못 먹고 못 살아 산적이 된 자가 많았다. 또 지주나 주인의 등쌀에 못 견뎌 도망친 종이나 땅을 뺏긴 농사꾼도 있었다. 높은 고개거나 으슥한 고갯길에는 으레 그들이 작당해 지키고 있어 천왕재(창녕 고암과 밀양 청도 사이)란 고개에는 떼도적이 있어 행인이 천 명 모여야 내왕할 수 있어, 온정(부곡) 팔도고개란 데는 산적이 8명이 있어 십여 명 넘게 모여야 고개를 넘어갈 수 있다고 그런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는 산적 다섯이 있어 오도재라 하니! “시주님들! 탁발하러 다니는 제가 가진 것이 뭐가 있겠습니껴?” “뭐든! 가진 것 다 내놔라! 보따리를 뒤지고 탈탈 털어야겠어?” “뭐가 없으면 네 불알 두 쪽이라도 내놔라. 불에 구워 먹.. 2022. 8. 18.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시리즈 4) / 제4장 행각승 편조의 길(1)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시리즈 4) 제4장 행각승 편조의 길(1) * 편조, 행각승의 길을 떠나다 진묵대사는 행각승이 되어 이 절 저 절 이곳저곳 다니며 깨우치겠다는 편조의 뜻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 어렵게 승낙하자 편조는 가벼운 행장으로 길을 떠났다. 먼저 먼 길을 떠나기 전에 사전 준비 삼아 가깝고 낯설지 않은 창녕 고을 절을 몇 군데 찾아다녀 경험을 얻은 다음 멀리 나가 보고자 했다. 마라톤이라면 먼 코스를 달리려면 먼저 여러 번 장거리를 뛰어보는 준비 운동 격으로 체력과 기술을 습득한 다음 본 경기 마라톤 풀코스를 달려야 하듯. 창녕 고을에 절이 여러 곳 있어 그곳부터 둘러보고 나서 명산대찰을 두루 찾아볼 작정으로 일미암을 나서자 북쪽 현청이 있는 창녕으로 향했다. 처음 방문지로 읍내에 .. 2022. 7. 30.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제3장 편조, 아버지 신원경을 만나다(3) 제3장 편조, 아버지 신원경을 만나다(3) * 편조, 회한(悔恨)의 시묘 아버지 신원경의 장례는 개경에서 아들들이 돌아오고서 두 달이 지나서야 영축산 산록에 안장하였다. 편조는 초상을 치르는 동안 문상을 온 일미암의 진묵대사와 각조, 벽송과 벽계 앞에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스승님. 비록 제가 중이 되어 속세와 인연을 끊었다지만 제 부모가 누군지 이제 막 알았으니 한탄이 절로 나오고 아버지를 진작 만나 뵙고도 알아보지 못한 걸 뉘우치며 누구를 불문하고 원망이 절로 나옵니더.” 진묵대사는 편조의 하소연을 귀담아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테지. 관상이 흉하다고 절에 맡겨 중으로 만들게 한 네 조부님 초당이나 아들을 청룡암에서 만났으나 지 아들임을 내색하지 못한 초재나 이때껏 네 출생 내력.. 2022. 7. 19.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 제3장 편조, 아버지 신원경을 만나다(2)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시리즈3) 제3장 편조, 아버지 신원경을 만나다(2) * 편조와 아버지 신원경의 임종 “그런데 대감께서 나를 보더니 불문곡직하고 아이를 절로 데려가 중으로 키워달라고 사정하더구나. 초당은 바로 네 할아버지 되시는 분이지.” “그러니까 편조 조부님께서 스승님께 부탁하싰네예. 부친이 아니고요?” 옆에 있던 벽계가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떡거렸다. “그렇지. 그때 네 부친이 되는 젊은 초재 신원경은 개경으로 볼일이 있어 장기간 출타하고 없었지. 초당께서 말씀하기를 관상쟁이로 이름난 감재처사가 얼마 전에 왔다가 아이의 관상을 보고 대 흉상이라면서 절에 의탁시켜 중으로 만들지 않으면 도적놈 괴수가 되던지 관직에 나가면 역적으로 몰려 장차 멸문지화를 삼족이 당할 것이라 했다.. 2022. 7. 3.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3)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3) 제3장 편조, 아버지 신원경을 만나다(1) * 괴질 유행과 편조 성 부자가 다녀간 지 얼마 지나 않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 계성현의 호장과 영산현의 현감이 일미암을 찾아왔다. 호장이 진묵대사를 만나자마자 큰일 났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계성 영산 고을에 괴질이 번져 사람들이 막 죽어 나가고 있소. 우리 지금 관룡사와 옥천사를 들러 왔는데 일미암에서도 괴질 병구완을 할 스님을 보내주시오.” 사찰에는 보통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승이라 불리는 의원들이 있었다. 또 그 당시에는 고을에서 유행병이 돌아 사람이 많이 죽는 참사가 일어나면 현감이나 호장은 절에 와서 도와주기를 청하는데 반쯤은 강요하는 그런 시절이었다. 그러므로 거절을 할 수 없어 현감의 말대로 임미암에서도 스님을 보.. 2022. 6. 20.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 제2장 일미사와 신돈(5) (2022. 5. 24)에 김현우의 제2장 일미사와 신돈(5) 가 연재되었다. 제2장 일미사와 신돈(5) * 일미암의 지기(地氣)를 품다 인시라면 새벽 3시이고 거기서 해가 뜰 때까지(보통 5시) 너럭바위 위에 부좌하여 오로지 원기(지기)를 흡입하는 참선을 하라는 명이었다. 편조가 새벽 인시에 용개등 너럭바위 위에 올라가 좌선할 때면 안개가 자욱하게 골짜기를 뒤덮거나 약샘에서 솟아나는 샘물의 온기로 주위가 따뜻했다. 일 년여 지나니 편조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여름에 몸이 더워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눈이 오거나 얼음이 어는 겨울철에도 몸이 더워져서 조금도 추위를 느낄 수 없었다. 자연히 여름에 입던 검정 홑 납의(衲衣)를 입었어도 몸이 훈훈했다. 스님들이 한겨울에도 얇은 베적삼 장삼을 걸치고도 지내는 편조.. 2022.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