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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전과 함께

소설100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 제5장 수행길 개경과 연경(4) 2022년 12월 13일 연재분 제5장 개경과 연경(4) * 중국 순력과 개경 귀환 지공 선사에게 더 배워야 하는 혜근과 헤어져 편조는 지공 선사의 가르침에 따라 중국의 명산대찰을 편력하기 위해 법원사를 나섰다. 중국에 올 기회가 자주 없는데 한곳에 오래 머물 수가 없기도 했다. 광할한 중국 대륙의 명승과 사찰들을 찾아서 고승들의 법어나 법문을 보고 듣고 배우며 수행하려고 하였다. 편조가 중국의 명산대찰을 순력 수행하며 고승들을 만나서 배우겠다고 하자 고용보는 지방 관아에서 편조의 통행과 여정에 편의를 봐 주라는 황제의 옥새가 찍힌 통행증을 만들어 주었다. 신예와 누이에게서 노잣돈도 넉넉하게 받았다. 요즘 말로 하면 은행 수표로 원나라 어디서든 전장(錢場)에서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전표(錢票)를 만들어 .. 2022. 12. 21.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 제5장 수행길 개경과 연경(3) 제5장 수행길 개경과 연경(3) * 개경 현화사와 원경 법원사 수행 신예의 난데없는 소리에 편조는 어안이 벙벙했다. “금강산 유점사에 좀 가야겠어. 내가 사찰들의 재산을 관장하기도 해 도감(都監)들을 주관하기도 하거던. 가서 몇 달만 있어요. ” “유점도감을 하란 말인가? 난데없이! 그곳이 승려가 사찰의 양식이나 재산을 맡아보는 곳이 도감 아닌가.” “유점사 사찰의 전답을 어떤 벼슬아치가 몰수했는데 왕명을 핑계로 돌려주지 않고 있어. 내가 그런 호소를 듣고 조사하려고 그들을 잡아 가뒀어. 잠시 유점사에 가서 그 일을 감당해야겠어.” “현직 유점도감이 있지 않은가?” “편조 네가 가서 뒷일을 수습했으면 해.” 편조는 신예의 부탁으로 갑자기 금강산 유점사로 떠났다. 몇 해 전 혜근 스님과 함께 유점사에 들러.. 2022. 12. 10.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 제5장 수행길 개경과 연경(2) 제5장 수행길 개경과 연경(2) * 일미사 개칭과 중창 임미암에 들어서니 여러 스님과 사람들이 몰려나와 환영하는데 그가 떠날 때와 달리 절 식구들이 많아 보였다. 편조는 스승인 진묵대사를 먼저 찾았다. 그러자 각조가 고개를 떨구고 침중한 태도로 조용히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지난달 열반에 드셨네.” 편조는 황망한 마음으로 암자 뒤 스승의 유골을 모신 부도를 찾아가 절을 올렸다. 진묵대사는 곧 그의 부모와 같았다. 승방으로 돌아오자 암자를 책임진 각조가 진묵대사의 유언을 편조에게 전했다. “스승님께서 사형에게 이 암자를 맡겼네. 이제 사형이 일미사로 개칭하고 대웅전 불사를 일으켜 번듯한 당우를 지으라고 분부하셨네. 옥천사 청송 주지 스님도 찬성하셨네.” “알았네. 우리 모두 힘써보세.” 편조는 그길로 옥천.. 2022. 11. 23.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시리즈4) / 제4장 행각승 편조의 길(3)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제4장 행각승 편조의 길(3) 제4장 행각승 편조의 길(3) * 석불사의 좌선 수행 지금 국보인 석굴암은 그때는 석불사(石佛寺)로 불리었다. 석굴 안에 모셔져 있는 본존불상은 석가여래좌상(釋迦如來坐像)으로 흰 화강석에 조각했는데 높이 약 3.4m의 거대한 불상이었다. 석굴 중앙의 연꽃 좌대 위에 부좌(趺坐)하였고, 수법이 정교하며 장중웅려(莊重雄麗)한 기상이 넘치는 매우 보기 드문 걸작이라 소문이 났다. 편조는 본존불을 우러러보며 합장한 채 꼼짝을 못하고 온화하고도 자비로운 모습에 넋을 빼앗겼다. 그러다 108배가 아니라 그의 체력이 다할 지경까지 목탁을 치며 반야심경을 낮은 소리로 독송하면서 절을 올렸다. 5,000배를 시작했다. 마침 석불사 주지 큰스님이 올라오더니 5,000배를.. 2022. 10. 1.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시리즈4) / 제4장 행각승 편조의 길(5)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제4장 행각승 편조의 길(5) 제4장 행각승 편조의 길(5) * 금강산 순력(巡歷)과 혜근 스님 “반야심경은 외우기 힘들지요. 그저 나무아미타불 여섯 자만 부지런히 염불하시면 극락엘 가실 테니 자주 하시오. 소승을 따라 한번 염불해 보시겠소?” 편조는 일어나서 나무꾼과 봇짐 장사꾼들을 향해 우렁차게 “나무아미타아불!” 하고 소리했다. 그러자 일고여덟 사람들이 염불을 큰 소리로 따라 했다. 소리가 아니라 고함이었다. “나무아미타아불! 나무아미타아불!” 그 함성은 산 메아리가 되어 골짜기를 이곳저곳 울렸다. 편조는 그들의 칭찬과 마음껏 목청껏 염불했던 것 때문이었는지 억눌렸던 심정이 시원하게 풀리는 듯했다. 행인들과 헤어지면서 부처님을 믿고 절에 다니라고 마지막까지 포교하기를 잊지 않았.. 2022. 9. 30.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시리즈4) / 제4장 행각승 편조의 길(4) 편조왕사 신돈 이야기 / 제4장 행각승 편조의 길(4) * 편조의 염불과 독경 소리 편조는 남쪽으로 향해 걸었다. 신라 선덕여왕 때(15년:646년) 자장 율사가 창건했다는 양산 통도사와 가락국의 수로왕이 세웠다는(수로 46년) 밀양 만어사를 찾았다. 동해 용왕을 따르던 물고기들이 돌로 변했다는 돌강이 볼만 했다. 더 남쪽으로 가서 동래 금정산 범어사와 장유 화상이 창건했다는 김해 서림사와 동림사를 찾았다. 편조는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전라도 지경으로 들어가 신라 때 창건했다는 남해 두륜산 대흥사, 달마산 미황사, 백제 때 창건됐다는 금강산 은적사까지 둘러본 다음 북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리산에 들러 성덕왕 때(23년:723년3)에 의상의 제자인 삼법(三法)이 창건하였다는 쌍계사와 골짜기 안쪽에 있는 .. 2022. 9. 30.